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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지·어른이·운전자보험 '절판 태풍' 부나

  • 2023.06.19(월) 07:21

무해지보험 해지률 높여 보험료↓·이익↑…당국 눈총
'100세 만기' 어른이·운전자보험 불합리 지적하기도
금융당국 보수적 지침→절판 마케팅 개연성

금융당국이 '무(저)해지환급형·어린이·운전자보험' 등에 메스를 댈 전망이다. 새 회계제도 도입에 따라 보험계약마진(CSM)을 산출하기 위한 계리적 가정을 손보는 과정에서다. 의도적으로 낙관적인 가정을 하고(무·저해지 환급형), 비합리적인 보장기간(어린이·운전자보험)을 설정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당국의 지침이 보수적으로 설정되면 납입 보험료가 올라가고, 보험보장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 이는 곧 절판마케팅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 금융당국의 사전조치가 요구된다.

/그래픽=비즈워치

19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생명·손해보험사 임원을 소집해 무(저)해지환급형·어린이·운전자보험 상품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주된 논의사항은 무(저)해지환급형(이하 무해지보험)보험이다. 이 상품은 중도해지시 돌려 받는 돈(해지환급금)이 거의 없는 대신 일반상품대비 보험료가 싼 상품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정확한 CSM을 산출하기 위해 낙관적 계리적 가정을 제한한 상품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②금융당국 '보수적' 지침, 보험사 지표 '흔들'(6월 10일)

무해지보험은 중도해지율(해약율)을 높게 설정하면 보험료가 싸져 팔기가 쉽고 보험사에게도 이익이 많이 발생하는 상품으로 분류된다. 돌려줘야 할 해약환급금이 '0'원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해지율을 부풀려 왔다는 의심이 있었다.

업계는 무해지보험 해지율 산출에도 CSM 산출을 위한 계리적 가정처럼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각사마다 다른 무해지보험 해지율을 업계 평균으로 맞추자는 건의가 나왔다고 한다. 다만 보험사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한 보험사들간 이견이 큰 데다, 천차만별인 해지율(또는 유지율)을 통일하면 담합으로 몰릴 소지가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어린이보험과 운전자보험도 도마에 올랐다. 이중 태아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보험의 가입나이를 30세, 35세 늘린 일명 '어른이보험'으로 판매하고 있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두 상품은 '세만기' 위주로 판매되고 있다. 10년, 20년 등 일정 기간이 아닌 80세, 100세 이상으로 보장만기를 길게 늘이는 방식이다.

특히 운전자보험의 경우 보장기간을 운전을 잘 하지 않는 100세 이상으로 설정해 판매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는 쓴소리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관련기사 : [보푸라기]"20년 납 100세 만기"에 숨겨진 진실(2021년 3월 27일)

새 회계기준에서는 보험상품의 만기가 길수록 유리한 구조다. 보험료 수입이 빠른 대신, 보험금 지급은 늦을수록 CSM이 더 크게 잡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CSM이 과도하게 산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시하며 두 상품의 만기를 20년으로 한정하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지침이 현실화하면 보험료를 높이고 보장기간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관련 상품들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나같이 영업 조직으로 하여금 절판마케팅을 불러오는 요인들이다.

특히 이들 세 상품이 업계 히트상품인 만큼 '절판 태풍'이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절판마케팅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판매와 보험민원을 유발한다"며 "금융당국의 사전 조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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