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사 과당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실손의료보험으로 대비할 수 있는 독감 치료비 보험금을 100만원까지 올리는 등 보험사들이 무리한 '제 살 깎기' 영업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관련기사 : 가입연령도 환급률도…보험사'아슬아슬' 영업 경쟁(10월30일)
금감원은 이같은 출혈경쟁 원인이 허술한 내부통제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내부통제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연내 보완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금감원은 2일 서울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14개 손해보험사 임직원들과 만나 과도한 보장한도 증액 경쟁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 발생 우려에 대한 유의사항을 전달했다.
올초부터 '과보장 보험상품 출시→다른 보험사로 확대→과당경쟁·판매급증→금융당국 판매중단 및 상품개정 권고' 악순환이 1~3개월 간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험업계가 과당·출혈경쟁에 매몰된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당국은 올 3월에는 운전자보험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한 보험사에 감독행정을 실시했다. 지난 8월에는 간호·간병보험의 입원일당 보장액을 2만원에서 26만원으로 확대한 손보업계에 자율시정을 권고했다.▷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DB손보에 날아온 '변호사 비용'(4월10일)
최근엔 한화손해보험의 독감 보험이 문제가 됐다. 이 손보사는 지난달 10일부터 독감에 걸려 치료받을 때 최대 100만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토록 보장한도를 확대했다. 보장금 확대 후 20여일 만에 판매량이 10만8000건으로 급증했다. 하루 평균 4900건이 팔리면서 전산이 마비될 정도였다.
하지만 보장한도 확대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킨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실손보험으로 이미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데다, 특약이 포함된 종합보험 월 보험료는 1만~2만원 수준이어서 보험금을 노린 과잉진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금감원이 나서 독감에 대해 보험사들이 과다한 보험금을 책정했다고 지적했고 한화손보는 지난 1일부터 보장금액을 20만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김범수 금감원 상품심사판매분석국장은 "의료 이용자의 초과이익으로 도덕적 해이·과도한 의료행위가 유발되면 실손의료보험료 및 국민건강보험료가 상승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손보사에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의 '상품심사기준'을 준수해 보장위험에 맞는 보장액을 설정하라고 통보했다. 또 과도한 보장한도 증액과 관련해 손보사 내부통제 운영실태를 중점적으로 점검키로 했다.
이는 전날 임원회의에서 이 원장의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이 원장은 각 감독·검사국에 금융사 내부통제를 고도화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업권별 내부통제 개선방안에 미흡한 점이나 제도 시행시기 및 시행방식 등을 개선하고, 실제 금융사에서 제대로 적용·운영되는지 점검해 연내 보완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