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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구 보험금 100만원'…돌연 판매중단한 메리츠화재 왜?

  • 2024.03.20(수) 11:10

수족구 진단 시 연 100만원 보장 증액…타사 20만원
금감원 경고받은 독감보험 전철?…"도덕적 해이·과당경쟁"

4월 영유아 수족구병 유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공격적인 수족구 보험 판매에 나섰다 돌연 판매를 중단해 관심이 쏠린다. 수족구 보험은 월 2만원대 보험료로 수족구 확진 시 보험금 100만원을 지급한다. 통상 20만원 수준인 보험금이 5배 상향되는 건 보험소비자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보험사들의 과당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재차 나올 공산이 커 메리츠화재가 부담을 느꼈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독감 진단 시 100만원을 보장하는 독감보험이 과도하다며 사실상 판매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보험사들의 과당경쟁을 잇따라 경고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 [단독]이복현 '과당경쟁 자제령'에 보험사 '보장 증액' 매일 보고(3월20일)

/그래픽=비즈워치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수족구에 걸려 치료를 받으면 보험금 100만원을 지급하는 특약을 지난 18일부터 판매했다가 이날 돌연 중단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보장한도 적정성을 자체 검토한 결과를 반영해 판매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보험은 보험 가입 기간 안에 수족구 진단을 받으면 연 1회에 한해 보험금을 주는 식으로 설계됐다. 이 특약을 포함해 7~9가지 담보를 묶어 파는 어린이보험의 월 보험료는 4~6세의 경우 2만원대 수준이다.

수족구병은 4월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6월 중순 또는 7월까지 유행하는 급성바이러스 질환이다. 영유아에게 주로 발생하고 전염성이 강해 가정,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서 빠르게 확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수족구 환자는 2020년 3만3210명, 2021년 1만6328명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영향이다. 하지만 엔데믹에 따라 외부 활동이 재개되자 2022년 25만5849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일부 설계사들은 "수족구 보험과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 보험에 동시 가입하면, 수족구 보험금과 입원일당 보험금을 같이 탈 수 있다", "보험금이 많아 언제 가입이 막힐지 모른다"며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다른 손해보험사에선 20만원 수준인 보험금이 100만원까지 치솟자, 온라인 커뮤티니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 가입자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쪽에선 수족구 보험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수족구가 침, 콧물 등을 통해 손쉽게 전파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실손의료보험으로도 수족구 진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중으로 보험금을 타는 게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면책기간(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간)이 약 10일로 비교적 짧은 데다, 보험료가 싼 편이라 1~2년간 보험료를 내더라도 보험금을 받고 해지하면 소비자에겐 이득이다.

업계 과당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했다.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무리한 보장 증액 경쟁은 결국 보험사 손해율 상승과 재정 건전성 악화를 불러올 것이란 비판이다. 불과 몇달전 독감 진단 시 100만원을 주는 독감보험을 팔던 보험사들 역시 이와 비슷한 금감원 지적을 받고 보험금을 20만원으로 내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독감보험, 단기납 종신보험, 상급병원 1인실 입원일당 보험 등 과도한 보장을 앞세운 과열 경쟁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과당경쟁으로 보험사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면 보험료 상승 등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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