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이나 불발된 MG손해보험 인수전에 메리츠화재가 깜짝 등장하면서 그 배경에 보험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보여준 철저한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략과 정반대되는 결정이어서죠.
지금까지 MG손보의 매각 시도가 무산된 건 부실한 재무건전성 탓이 제일 큽니다. 이런 부담이 빤한데 인수 의향을 보인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반응이 돌아오죠. 메리츠화재는 "모든 딜을 다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인데, 금융당국은 내심 반색하고 있습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화재는 예금보험공사가 공고한 MG손보 매각에 응찰했습니다. 앞서 예비 입찰에 참여했던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도 본입찰에 참가하면서 경쟁 구도가 3파전으로 바뀌었죠.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는 지난 4월 예비 입찰에 참가했지만, 정작 7월 본 입찰에는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습니다. 예보는 곧바로 재공고를 진행했고, 이번엔 메리츠화재가 깜짝 등장하며 반전 가능성을 알렸죠.
인수 후 1조원 투입 가능성
이를 두고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MG손보의 부실한 재정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인수전에 뛰어들 유인이 적다는 판단에서죠.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2015년부터 9년 간 메리츠화재를 이끌며 성과중심 경영으로 매년 역대 최대 순익을 경신하는 성과를 냈죠. 대형 손보사들의 주력인 자동차보험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새 보험회계제도(IFRS17)상 수익성이 높은 장기인보험에 미리 드라이브를 거는 전략을 폈습니다.
메리츠화재는 2025년까지 장기인보험 매출, 순이익, 시가총액 부문 업계 1위에 오른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는데요. 순이익의 경우 다른 상위 손보사들을 긴장하게 할 정도로 약진했습니다.
지난해 이 회사 당기순이익은 1조5670억원으로 삼성화재(1조7554억원)에 이어 손보업계 2위를 차지했죠. 과거 5위권 손보사에서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며 업계 '큰 형님'도 위협하는 상황입니다. 고지가 코 앞인데 부실회사로 여겨지는 MG손보 인수전에 뛰어들다니요.
MG손보 매수에는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매각 가격 외에도 건전성을 끌어올리려면 8000억~1조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예보에서 인수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식매각(M&A), 계약이전(P&A) 방식 중 하나로 선택권을 줬다고 하는데요. 두 방식 모두 예보 자금지원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MG손보의 시장점유율 약 1%를 먹기 위해 투입될 유무형의 비용을 생각하면 그다지 매력적인 조건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형 손보사 한 관계자는 "매각 시도가 3차까지 오면서 MG손보의 인수가가 떨어졌다고 해도 재정건전성이 부실하다"며 "메리츠화재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외연 확장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단순한 영향력 확보를 위한 행보는 아닐 거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안 팔리는 손보사…기회는 생보사에?(7월23일)
당국은 "땡큐 메리츠"
다만 인수자를 찾지 못해 방황했던 MG손보에 골머리를 앓았던 금융당국은 내심 반가운 눈치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매각이 진행 중이고, 메리츠화재 외에도 다른 매수 희망자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의견을 내놓긴 조심스럽다"면서도 "부실 금융기관으로 남아있는 것보단 보험산업에 대해 이해가 있는 매수자가 가져간다면 고마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실제 완주할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를 달고 있습니다. 메리츠금융이 보험사 인수에 뛰어든 건 2008년 이후 16년 만이라 관심을 끌었는데요. 당시 이 회사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한화그룹 가문의 '제일화재'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두 달 만에 철회했죠. 이후 제일화재는 한화손해보험에 합병됐습니다.
사실 MG손보도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MG손보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불복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취소 청구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1심에선 패소했지만, 다음 달 항소 결과에 따라 매각이 중단될 수 있죠.
예보는 이들 3곳의 최종 인수 제안서 등을 심사한 뒤 이번 주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메리츠화재는 "모든 딜을 다 검토하고 있으며 이번 딜도 모든 가용 정보를 분석해 가능한 범위에서 참여한 것"이라고만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