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 출시가 막바지 조율 단계에 진입했다. 수천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플랫폼에서 수백가지 보험상품이 비교·추천된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다양한 보험상품의 손쉬운 비교로 금융소비자 편의가 높아질 것인지, 아니면 빅테크 플랫폼의 또 다른 수익창구로 변질될 것인지. 다양한 지점에서 향후 방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보험산업은 종이와 사람만 있으면 사업이 가능하다고 해 지난 100년간 인지(人紙)산업으로 여겨졌다. 실제 국내 보험영업은 보험설계사, 텔레마케터(TM), 은행상담원(방카슈랑스) 등이 고객을 먼저 찾아 나서고 설득해 보험상품을 가입하게 하는게 주류다. 전통적인 '푸쉬(Push)' 영업이다.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는 신계약이 전체의 약 80~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채널 강화를 비롯한 디지털 전환이 보험업에는 '남 얘기'에 불과했다. ▷관련기사 : 보험판매 대세는 여전히 '대면'…생보 86% (2022년 8월 24일)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상품 중개업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해 8월 '제2차 금융규제혁신 회의'에서다.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들이 예금·보험·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에 이목이 쏠렸다.
이미 수천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빅테크 플랫폼이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 보험영업 패러다임이 바꿔 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져서다. ▷관련기사 : '은행도 다른 사업 쉽게'…금융앱 플랫폼으로 키운다(2022년 8월 23일)
문제는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여기서 한 걸음도 더 내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개월여 동안 이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같은 해 11월말 제도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교·추천 상품 범위 여부, 빅테크 지급 수수료율 등을 놓고 빅테크, 보험사, 보험설계사(GA)의 의견 차이가 극심해 일정이 지연됐다.
실마리를 찾은 건 최근 들어서다. 각 업권과 수차례 회의를 진행한 결과,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CM) 실손의료보험 및 자동차보험, 1년 미만의 단기보험 등을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넣기로 했다. TM이나 보험설계사(GA)가 판매하는 대면용 상품은 온라인 플랫폼의 비교·추천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지급 수수료율, 보험설계사의 다이렉트(CM) 상품 중개 여부 등이 향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돈'과 '밥 그릇'이 걸린 문제라 업권간 견해차가 크다. ▷관련기사 :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이번엔 수수료 갈등(3월 5일)
다만 이중 플랫폼 지급 수수료율은 5% 내외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간 보험업계는 2~3%를 주장했고, 빅테크업계는 10% 이상을 요구했지만 최근 10% 이하로 조정할 의사를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간극이 좁혀질 여지가 생기면서 양측이 주장한 중간 수준(5% 내외)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는 "아직 정확한 수수료율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는 늦어도 올 상반기에는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본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 상반기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힌 만큼, 시간을 더 지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자체에 대한 반발 불씨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대형 GA들을 대변하는 보험대리점협회는 보험설계사들이 고객에게 CM 가입을 주선하면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재차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빅테크 플랫폼이 자동차보험을 취급하게 되면 설계사들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대리점협회 관계자는 "고객 이탈을 막고 판매 실적을 방어하기 위한 공정경쟁 측면에서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보험영업인노동조합연대(보노련)는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보노련은 오는 24일 빅테크 보험영업 진출 반대 및 보험설계사 부당처우 개선 관련 등 내용을 다루는 국회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