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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청년도약계좌, 인뱅은 왜 안보일까

  • 2023.06.27(화) 10:13

인뱅 '비대면 시스템 구축 문제로 참여 못해'
금융권 인뱅 미참여 놓고, '역마진' 해석

출시 일주일 만에 76만명이나 가입한 청년도약계좌. 청년들을 위한 정부 지원 사업인 만큼 많은 청년들이 관심을 보이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청년도약계좌' 취급 기관에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20·30대를 위한 상품인데, 정작 청년들을 주 고객층으로 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청년들을 위한 상품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이죠.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까지 참여에 도전장을 내밀만큼 열기가 뜨거웠는데, 왜 인터넷전문은행은 참여하지 않은 것일까요? 이런 인터넷전문은행의 행보에 역마진 우려 때문에 청년들을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은 '억울하다' 입니다.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것이기 때문이라는데요. 과연 인터넷전문은행은 청년도약계좌에 참여를 안 한 것일까? 못한 것일까?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인뱅은 왜 억울하다고 말할까?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금융상품입니다. 가입 대상은 총급여 7500만원 이하의 개인소득 요건과 중위소득 180% 이하 가구소득 요건을 충족하는 만 19~34세 청년입니다. 청년들이 매월 40만~70만원을 5년 만기로 부으면 금융권의 금리와 정부 기여금 등을 더해 5000만원 가량의 자산을 마련할 수 있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1개 은행에서 취급하는 청년도약계좌에 지난 15~23일(영업일 기준 7일) 동안 약 76만1000명이 가입을 신청할 정도로 인기입니다. 청년도약계좌는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광주·전북·경남·대구은행 등 11개 취급기관에서 은행별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신청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11개의 은행중 비대면 기반 은행의 대표주자로 청년도약계좌 대상인 20·30세대 청년들 비중이 가장 높은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가 빠져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20·30세대 비중은 △케이뱅크 55% △토스뱅크 50% △카카오뱅크 47% 순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20·30세대 비중이 평균 50.6%로 청년도약계좌를 취급하기로 한 12개 시중은행(SC제일은행 포함)의 평균치(약 30%)보다 20%포인트 높은 셈이죠.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청년도약계좌를 취급하지 못하는 이유로 '100% 비대면 프로세스 개발의 어려움'과 '영업점이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우선 청년도약계좌는 가입시 조건이 복잡해 비대면 프로세스 구현 난이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별 중도 해지 요건' 등을 비대면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죠.

또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이 없고 단일 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청년도약계좌로 인해 지연 문제가 발생하면 전 금융서비스가 먹통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만일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영업점에서 업무가 가능한 시중은행과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익을 따져서 미참여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청년도약계좌를 수용할 프로그램 개발이 오래 걸리고, 소비자들이 몰렸을 때 앱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 등을 고려해 불참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억울'?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다른 금융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이런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핑계'일 뿐이라는 것이죠.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입 대상이 청년들인 만큼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들었는데, 비대면이 주력인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그런 프로세스 구현이 어렵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이들은 이미 청년도약계좌보다 까다로운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도 다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보다 상황이 열악한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청년도약계좌 참여를 시도했습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20·30대 소비자들이 주 고객층이 아니다 보니 청년도약계좌 예치가 가능할 경우 20·30대 청년층을 끌어모을 좋은 기회"라며 "저축은행의 경우 자격요건이 안되다 보니 참여하고 싶어도 못 하는 곳이 많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청년도약계좌 취급이 가능하려면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는 기관 △근거 법령상 예·적금 취급이 가능한 기관 △자산총액 규모가 5조원 이상 △비대면에서 일일 누적 접속자 최소 30만건 및 동시 접속자 2만건 이상의 전산 인프라 보유라는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3월 서민금융진흥원에 청년도약계좌 취급기관 모집신청서를 냈으나 요건 미 충족으로 심의 과정에서 제외됐습니다.

저축은행들은 하고 싶어도 못 하는데,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청년도약계좌 취급 기간 신청 접수 당시 신청 접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서금원에서 지난 3월 10일부터 31일까지 16일(영업일 기준) 동안 신청 접수 기간을 받았지만 3사 모두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이죠.

금융당국 관계자도 "서금원에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비대면 영업을 돕기 위해 행정 절차, 제반 사항, 정보 연계 부분 등을 협조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참여 안한 이유는 역마진?

청년도약계좌 은행별 금리 / 그래픽=비즈워치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해명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역마진' 문제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중은행의 적금 상품 금리는 3.5~5% 수준에 형성돼 있는데,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그보다 1~3%포인트 높은 연 6%대 고금리 상품입니다. 연체율 악화와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 청년도약계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주 수익원이 예대금리차인데, 현재 평균 4%대인 대출금리를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연 6%대의 청년도약계좌 금리 적용시 역마진이 날 수도 있다"며 "3년간 고정금리를 보장하는데 긴축 종료 등으로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6%대 적금은 인터넷전문은행뿐만 아니라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만 쏙 빠졌다는 지적이죠. ▷관련기사: [청년도약계좌 논란]재주는 은행, 생색은 정부? (6월14일)

전문가들도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빠진 이유로는 역마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도약계좌 취급의 장점은 20·30대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경우 이미 청년들을 확보할 전략이 다양한 상태"라며 "굳이 역마진이 날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 취급할 동기가 약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상황은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전체 예금과 대출의 80%를 5대 시중은행이 가져가고 있는 상황인데, 틈새시장을 노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고금리 상품까지 취급한다면 부담이 더욱 클 것"이라며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규모와 순이익 차이를 생각한다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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