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적립금 규모가 14조원 증가한 퇴직연금 시장에서 하나은행이 증액 1위에 올랐다. 미래에셋증권과 KB국민은행도 6개월 만에 2조원 넘게 적립금을 늘리며 연금사업 덩치를 키웠다. 이들 세 금융사가 늘린 적립금은 6조5000억여원으로 상반기 금융권 전체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46.7%) 차지했다.
이번 하반기에는 금융권의 퇴직연금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12일 사전지정운영제도(디폴트옵션)가 본격 시행된 후 처음으로 맞는 연말이 끼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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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차'로 미래에셋 제친 하나은행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하나은행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대비 2조2259억원 증가하며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 43개사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 뒤를 이어 미래에셋증권과 국민은행이 각각 2조2153억원, 2조1342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단 106억원 차이로 상반기 증가액 1위에 올랐다. 뒤를 이은 미래에셋증권의 증가액은 하나은행보다 0.5% 적은 것에 불과하다. 잔액 증가율로 보면 하나은행은 전년말 대비 8.2%로, 두자릿수 증가율(11.3%)을 기록한 미래에셋증권에 밀린다. 국민은행은 증가액이 같은 2조원 대지만 증가율은 6.8%로 떨어졌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권 12곳 전체의 상반기 퇴직연금 증가액은 8조5627억원이었다. 하나와 국민은행에 이어서는 신한은행이 1조7299억원, NH농협은행이 1조520억원을 늘렸다. 우리은행은 5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증가액이 1조원도 되지 않았다. 8879억원을 늘리는 데 그쳤다.
반면 KDB산업은행은 12개 은행 중 중 유일하게 적립금이 줄었다(2241억원 감소, 잔액은 7조9340억원).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 대출이 주된 업무이며 부수적으로 하는 퇴직연금 사업을 시중은행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14개사가 퇴직연금 적립금 5조3067억원을 늘린 증권업계는 평균적으로 가장 증가세가 강했다.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삼성증권(1조1586억원) △한국투자증권(7690억원) △KB증권(4057억원) △신한투자증권(3155억원) 순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증권만 6개월 새 퇴직금 잔액이 줄었다. 전년말 대비 922억원 감소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2분기에는 1분기보다 감소 폭이 줄었고, 3분기부터는 적립금이 다시 증가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6개사가 합작해 2839억원을 늘린 데 그친 보험업계는 적립금 잔액이 증가한 곳(7개사)보다 감소한 곳(9개사)이 더 많았다.
적립금을 늘린 보험사는 △삼성생명(3010억원) △교보생명(2716억원) △신한라이프생명(633억원) 순이었다. 반면 적립금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롯데손해보험(2478억원), 흥국생명(834억원), DB생명(313억원) 순이었다.
'적립금 최대'는 여전히 삼성생명
퇴직연금 적립금 잔액은 여전히 삼성생명이 가장 많았다. 삼성생명의 상반기말 잔액은 44조9812억원으로, 2위와도 8조2337억원 차이가 났다. 삼성생명은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꾸준히 적립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보험사 관계자는 "단기수익률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어서는 신한은행 적립금이 36조7475억원으로 많았고, 그 뒤는 국민은행(33조6491억원), 하나은행(29조4897억원), 기업은행(22조9590억원)등 순으로 은행권이 잔액 2~4위를 차지했다. 이어 증권업 선두인 미래에셋증권이 있었고 그 뒤가 우리은행(21조3034억원), 농협은행(19조741억원) 순서였다.
이밖에 △현대차증권(15조9210억원) △한국투자증권(11조5602억원) △교보생명 (10조9847억원) △삼성증권(10조6313억원) 등 각각 증권 및 보험업계 잔액 상위권 사들이 뒤를 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12일부터 시행된 디폴트옵션이 금융권의 하반기 퇴직연금 영업 판세를 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관련기사: '디폴트옵션' 경쟁 불붙는다… 당국 하반기 수익률 공개(4월21일)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투자상품 다양성에서는 증권사가 앞서고, 금융소비자와의 접점 면에서는 은행이 앞서는 등 각자 만의 장점이 있다"며 "이제 막 디폴트옵션이 시행됐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금융사가 영업력을 드러낼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