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정부로부터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승인을 받은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순위를 공개한다. 아울러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 공시 여부도 검토 중이다. 현재는 통합연금포털사이트를 통해 원리금 보장상품의 수익률만 공개하고 있는데 비교공시 대상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3대 개혁 중 하나인 연금개혁의 일환으로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 노력과 관련있다. 국내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음에도 퇴직연금 수익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원리금 보장 안되는 실적배당형도 공개 검토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통합연금포털사이트를 통해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디폴트옵션으로 승인받은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 순위를 공개할 계획이다.
현재 금감원 사이트를 통해 조회할 수 있는 상품은 은행, 보험, 증권사들의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제한돼 있다. 은행 예적금, 금리연동형 보험, 이율보증형 보험, 정부보증채,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어음 등이 있다.
시스템 정비를 마치고 통합연금포탈에 비교공시가 올라가는 시점은 하반기 중으로 예상된다. 디폴트옵션이 올해부터 의무화되기 때문에 연말 전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수익률을 직접 비교해보고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부분의 퇴직연금 만기는 연말에 쏠려있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상품 가입자가 퇴직연금을 방치하지 않도록 기본 운용 상품을 지정하는 제도로, 당초 시행시기는 작년이었지만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7월부터 정식 가동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1, 2차에 걸쳐 퇴직연금 사업자로부터 신청을 접수받아 사업장이 디폴트옵션으로 지정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확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부터 3개월, 6개월, 1년, 3년 등 기간에 따른 수익률을 공개할 것"이라며 "개편 작업을 위해 전산 개발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행 시기는 유동적이나 하반기 중에 준비를 마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도 공시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는 검토 중이다. 해당 관계자는 "비교공시 대상으로 디폴트옵션 승인 상품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그 내부(구성상품)까지 공개할지는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질적 경쟁 유도 목적...금투업계도 '긍정적'
금융당국이 공개 범위를 넓히는 이유는 사업자 간 경쟁을 유인해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개인연금과 함께 초고령화시대 진입을 앞두고 주요 노후 안전판으로 인식된다.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300조원대를 돌파했다. 금감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말 기준 DC형 퇴직연금의 적립금은 338조4106억원이다.
그러나 퇴직연금의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이 1%대에 머물고 있다. DC형의 경우 원리금보장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2.5%, 실적배당형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1.9%를 기록 중이다. 이는 퇴직연금을 수익률이 낮은 예금 등에 방치되어 있는데다가 장기형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주택 매입 자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퇴직연금의 중도인출이 잦은 탓이다. 더욱이 사업자들이 적립금 위주의 양적경쟁을 펼치는데 치중된 점도 낮은 수익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금융당국과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퇴직연금 설명회에서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수익률 비교공시를 포함해 실물이전 방안 마련, 수수료 부과기준 마련 등 개선책을 제시했다. 당시 김미영 금감원 소비자피해예방 부원장보는 "우리나라 퇴직연금시장은 저조한 수익률, 시장 내 경쟁 혁신 부재 등 복합적인 문제로 제 기능을 수행하는데 미흡하다"며 "연금시장이 가입자 중심으로 개편되고 선의의 경쟁이 촉진될 수 있도록 감독업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이다. 투자자들에게 정보 제공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다. 금융투자업계 퇴직연금 사업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은 사업자별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성과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장기 운용 전략을 가진 생애주기펀드(TDF) 등 상품의 경우엔 1년 미만의 단기 수익률 보다는 5년 이상의 성과를 비교하는게 낫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적배당형 상품 자체의 수익률 공개에 대해선 "투자성향이나 적립 시기, 적립금이 가입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개별 수익률과는 편차가 생길 수 밖에 없어 정보 전달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