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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자산배분' TDF...디폴트옵션과는 '잘못된 만남'?

  • 2023.05.24(수) 06:45

위험등급 고정한 디폴트옵션…TDF 자산 배분 막아
"TDF 특성 고려한 위험등급 산정방식 개선책 필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이 한 달가량 남은 가운데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에서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연금상품인 TDF를 디폴트옵션으로 투자 시 자칫 자동 자산배분이라는 장점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래픽=비즈워치

디폴트옵션-TDF, 서로 시너지 안 나는 이유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2일 시행 후 부여된 1년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오는 7월부터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된다. 앞으로 퇴직연금 신규 가입자는 의무적으로 디폴트옵션을 지정해야 한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혹은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방법을 지시하지 않으면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퇴직연금사업자가 적립금을 자동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여기서 사전에 정해둔 방법이란 퇴직연금 사업자가 구성한 포트폴리오를 뜻한다. 사업자는 1개의 원금보장형 포트폴리오와 저·중·고 위험으로 나눠진 3개의 원금비보장형까지 총 10개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원금비보장형 포트폴리오는 TDF·밸런스펀드(BF)·스테이블밸류펀드(SVF)·사회간접자본(SOC)펀드 4종만 투자가 가능하다.

특히 TDF는 퇴직연금 투자상품 중 가장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TDF는 투자자가 설정한 목표 시점(빈티지)에 맞춰 자산 편입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 준다.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실제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서도 TDF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금투업계에서는 노후대비 목적의 TDF와 디폴트옵션이 만날 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TDF가 가진 자산배분 기능과 디폴트옵션의 위험등급 산정 방식이 상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TDF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이 자동으로 낮아진다. 따라서 시간이 흘러 TDF 빈티지에 가까워지면 펀드 위험등급도 낮아진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50'은 목표시점이 30년가량 남은 만큼 위험등급이 높지만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는 목표시점이 2년 밖에 남지 않아 위험등급이 보통이다.

하지만 디폴트옵션은 연금 가입자가 결정한 포트폴리오 위험등급을 계속 유지하도록 한다. 만약 고위험 포트폴리오에 포함한 TDF가 시간이 흘러 위험등급이 낮아지면 퇴직연금사업자는 포트폴리오 위험도 유지를 위해 투자 비중을 줄이거나 위험등급이 높은 다른 상품으로 변경해야 한다. TDF의 최대 장점으로 여겨지는 자동 자산배분 기능이 사라지는 셈이다.

현재 승인받은 47개 고위험 포트폴리오 중에서는 단일 TDF로 구성된 포트폴리오가 19개나 된다. 만약 투자자가 해당 포트폴리오에 가입했다면 은퇴시점이 다가와도 계속 고위험 자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의 성향에 맞는 위험등급 포트폴리오를 골라 투자할 수 있다는 면에선 장점이 있다"면서도 "TDF에 한해선 상품의 강점이 사라져 버릴 수 있어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정 시점보다는 상품 속성 고려해야"

이와 관련해 학계에서는 디폴트옵션 위험등급 평가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 주는 TDF를 일반적인 위험등급 평가방식으로 평가하면 상품의 순기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TDF의 본질은 자산배분이기 때문에 위험등급 평가도 기존과 달라질 필요가 있다"며 "초기 위험자산 비중으로 위험등급을 분류하는 방식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특정 시점의 위험자산 비중이 아닌 TDF 속성에 기반한 위험등급 분류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덧붙였다.

실제 우리나라 디폴트옵션 규정에서는 TDF 2025를 중위험, TDF 2050을 고위험으로 나누고 있지만 미국과 호주는 빈티지와 상관없이 TDF를 중위험 등급의 밸런스펀드로 분류한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문제가 나타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당장 제도를 손보기보단 퇴직연금사업자들과의 의견 교환을 통해 다양한 해결 방법을 마련하겠다는 견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위험등급 분류 방식과 관련해 TDF는 예외 사항으로 두려고 검토 중"이라면서도 "현재 고위험 TDF가 중위험으로 낮아지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퇴직연금 사업자들과 논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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