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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계좌 바꿀때 해지 안해도 된다

  • 2023.03.31(금) 10:23

고용부·금감원 30일 퇴직연금 업무설명회
수수료 부과 기준, 수익률 체계 개선키로
금융회사 책임 보완해야한단 지적도 나와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평균 1%대에 머무는 가운데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시장내 상품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현물이전 TF를 구성해 퇴직연금 계좌를 갈아탈 때 기존에 가입했던 상품을 해지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다. 아울러 현 수수료 산정체계를 뜯어고치고 퇴직연금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부적절한 상품을 걸러내는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지도한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작년 말 불거진 퇴직연금발 머니무브를 방지할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당시 논란이 된 퇴직연금 사업자와 비사업자간 역차별 규제도 손볼 예정이다.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강당에서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공동 주최한 퇴직연금 업무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백지현 기자 jihyun100@

정부, 퇴직연금 실물이전 방안 마련한다

고용부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퇴직연금 업무설명회를 공동 개최했다. 은행, 보험, 증권업종 종사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퇴직연금 정책과 감독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고용부는 올해 상반기 중 퇴직연금 기능강화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7월 11일 디폴트옵션(사전지정제도) 도입에 맞춰 퇴직연금 가입자의 상품 지정을 마치도록 유도한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최대 10개의 적격상품을 만들 수 있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혹은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방법을 지시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당초 지난해 7월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1년 유예돼 정식 시행시기가 올해 7월로 밀렸다. 

김미영 금감원 소비자피해예방 부원장보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 퇴직연금시장은 저조한 수익률, 시장 내 경쟁 혁신 부재 등 복합적인 문제로 제 기능을 수행하는데 미흡하다"며 "연금시장이 가입자 중심으로 개편되고 선의의 경쟁이 촉진될 수 있도록 감독업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고용부·금융위·금감원, 예탁결제원 등 16개 기관이 참여하는 TF는 연금시장 내 경쟁촉진을 위해 가입자가 해지 손실없이 상품을 갈아 탈 수 있도록 연금상품 실물이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간 퇴직연금 계좌를 갈아탈 때는 반드시 보유한 상품을 매도해야 했다. 때문에 수익률이 저조하더라도 가입자는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또 지점 방문없이 비대면으로 사업자 변경이 가능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합리적인 수수료 부과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수수료는 수익률과 관계없이 적립금에 비례해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수수료가 운용성과, 업무비용 등에 연동될 수 있도록 체계를 재구성할 예정이다. 

또한 금감원은 연금상품 평가 선정기준을 도입한다. 현재 퇴직연금 사업자 1곳당 2000여개 상품을 보유하고 있어 상품 정보가 부족한 근로자가 직접 선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당국은 사업자가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상품을 솎아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가입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회사 앱에서 연금자산을 조회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잃어버린 퇴직연금 찾아주기' 서비스를 개시한다. 이와 함께 상품 수익률 산출 기준을 표준화하고 공시 대상을 원리금 보장상품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퇴직연금 사업자와 비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을 정비할 계획이다. 지난해 비사업자가 이자율 사전 일괄 공시 의무 대상에서 빠져 역차별 논란이 나왔다. 이에 당국은 비사업자에도 사업자와 동일하게 이자율을 공시하는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동일사업자 대상 상품제공한도(30%)도 사업자, 비사업자에게 모두 동일하게 적용하는 안도 검토한다. 매년 말 반복되는 퇴직연금발 머니무브 우려에도 대비해 시장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업권 '규제 완화' 요구...'유동성 리스크' 우려 제기

수탁자 책임을 보다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회사가 10개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정말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했는지, 이때 수탁자 책임을 다했는지에 대해 의문"이라며 "예를 들어 (작년 고용부 디폴트옵션 심사에서) 승인받지 못했던 상품 중 하나가 자사 상품에 높은 판매수수료를 설정하고 편입했던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재형 고용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연금수익률은 2% 미만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반면 대부분 은행에서는 퇴직연금 수수료 수익이 최소 1000억이 넘었다"며 "이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하지 않겠지만, 대부분 국민의 시각에서는 신뢰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선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는데, 업권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우려와 건의사항이 쏟아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주식형 펀드나 채권현 펀드 등 전통자산으로 구성돼 작년부터 이어지는 금융환경에서 수익률이 악화됐다"며 상품의 자산배분 구성과 관련한 규제 개선 계획을 물었다. 
  
남성욱 고용부 노동정책실 퇴직연금복지과 사무관은 이에 "일임형제도는 공모펀드가 직접운용하는 방식에 비해 수익률이 필요하다는 경험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아직은 이것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밖에 업권간 이해관계, 시장 타이밍 등 환경이 갖춰지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관계자는 통상 1년 만기인 퇴직연금 상품 투자를 장기로 유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는 7월 디폴트옵션 시행시 디폴트옵션 승인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저축은행 원금보장형 상품이 차환에 실패해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에 윤우근 금융위 자본시장국 자산운용과 사무관은 "퇴직연금에 수신기반이 쏠린 저축은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작년 7월부터 검사와 함께 수신 다각화 등을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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