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300조원을 돌파한 퇴직연금 적립금과 관련해 내달 중 규제 완화에 나선다. 수익률 개선을 위해 투자상품을 확대하고 적립한 연금을 연금 형태로 인출해 노후소득을 보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뉴노멀 대응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자본시장 릴레이 세미나에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됨에 따라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면서 "정부는 후속 과제로 퇴직연금에서 투자 가능한 상품을 확대하고, 퇴직연금이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인출돼 국민의 노후 안전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구체적인 퇴직연금 운용규제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퇴직연금 운용 시 투자 가능한 상품을 확대하고 적립·운용된 퇴직연금은 연금 형태로 인출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당국은 그간 퇴직연금이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적립금운용위원회(DB)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해 온 바 있다.
국내 퇴직연금의 적립금 규모는 매년 10~2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0조원을 돌파했고 가입자 1명당 적립금 또한 약 5000만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다만 퇴직연금 운용규제를 완화해 합리적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수익률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날 '퇴직연금제도 활성화: 운용규제 개선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퇴직연금의 운용규제는 투자가능 자산과 운용수단, 위험자산 편입 비중 측면에서 효율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을 제약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사용자인 기업의 자산에 관련된 규제 이외 운용규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은퇴 이후 퇴직연금의 역할 또한 중요하게 언급했다. 그는 "퇴직연금 운용규제 개선을 위해서는 일시금이 아닌 연금 급여로 지급해야 한다"며 "중도 인출 등을 막아 적립금이 누수되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은 발표 이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금융회사들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운용 사업자에 대한 공시와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며 "공시 내역을 더욱 세밀하게 조정하고, 누가 수익률이 높은지 발표하도록 하는 등 채찍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투자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센터장은 "퇴직연금 제도를 완화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형태의 상품을 어떻게 헤지(hedge·위험분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