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출시후 반년 이상 인상없이 유지해왔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한 브레이크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시중은행과 금리차가 좁혀지고, 5% 육박하는 금리에 대한 부담으로 공급 속도는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실패가 서민·실수요자가 이용하던 정책금융상품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이용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하 압박 요인이 사라지는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리 5% 육박한 특례보금자리론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상품별로 보면 주택가격 6억원, 가구소득 1억원 이상인 일반형 상품은 0.25% 오른다. 앞서 주금공은 7월에도 일반형 상품 금리 0.25% 인상을 결정했고, 지난달 11일부터 적용했다.
이번 인상 결정 분은 7일부터 적용된다. 금리인상 적용일 기준으로는 한 달 만에 0.5%포인트가 오른 셈이다. 한달 전만 해도 일반형 상품 금리는 4.15~4.45% 수준이었지만 7일부터는 4.65~4.95%로 5%에 육박한다.
주택가격 6억원·가구소득 1억원 미만인 서민·실수요자가 이용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우대형도 0.25%포인트 인상된다.
이에 따라 우대형 금리는 4.25~4.55%, 우대형 상품 내 추가 우대조건(저소득청년·신혼가구·사회적배려자·전세사기피해자)을 충족해 우대금리가 적용된 최저금리 수준도 이전보다 0.2%포인트 오른 3.45~3.75%가 된다. ▷관련기사: 가계부채 '원흉'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올린다(8월30일)
특례보금자리론은 시중은행에선 찾기 어려운 순수 고정형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을 금리 인상기 금융부담이 커진 변동형 주담대 차주들이 갈아탈 수 있고,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지원 방안으로 출시했다.
순수 고정형 주담대는 지난해처럼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인상에 대한 부담이 적다. 반면 금리 수준 자체가 높을 경우, 향후 시장 금리가 떨어져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장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진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속도조절 효과 기대…부작용 우려도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주금공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관련기사: [특례보금자리론 논란]"조기마감 없다"는 주금공의 선택은(8월25일)
이미 공급 예산의 78.5%를 채웠고, 가계부채 증가에 특례보금자리론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전보다 시장금리를 특례보금자리론 금리에 적극 반영하기로 밝힌 만큼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과의 금리 격차가 줄고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수준 자체가 높아진 만큼 속도조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동시에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려는 서민·실수요자들의 금융 부담이 커지고, 그 동안 금융당국 압박에 금리 인상 폭을 제한했던 시중은행들도 인상에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시중은행과 격차가 커 이를 활용한 주택 매입 수요가 많았다"라며 "앞으로는 이 같은 수요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대출 금리 인상 폭을 줄이는데 주력했다"며 "당장 우대금리를 줄이는 등 금리를 높이지는 않겠지만 시장금리 상승분을 대출금리에 좀 더 적극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