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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왜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칼 겨눴나

  • 2024.03.27(수) 10:12

금감원, 농협금융 지배구조 검사 개시
명목은 은행배임에 증권 CEO 선임 잡음
금감원, '중앙회' 입김 줄이기 나서나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 개선 칼날이 이번에는 농협금융지주를 향했다. 이번 정부 들어 KB, 신한, 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날을 세운 이후 사실상 네번째 칼날이다. 

최근 농협금융에서 금융사고가 터진 데다 농협금융의 실질적 지배 기관이나 다름없는 농협중앙회의 수장이 바뀐 만큼 금감원이 개입할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지주와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 NH투자증권에 대한 수시 및 정기검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검사에서 이 회사들의 지배구조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다는 계획이다.

강호동 농혁중앙회장. /그래픽=비즈워치

농협금융에 날 세운 '표면적' 이유

금감원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에 대한 검사에 나선 것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농협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에서는 100억원대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금융사고 발생 방지를 위해 꾸준히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배구조 상으로도 이를 명문화 할 것을 주문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인 만큼 금감원 입장에서는 모기업인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을 들여다 볼 '명분'이 마련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농협금융지주의 핵심 비은행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의 대표 선임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한 것도 금감원이 나선 이유로 꼽힌다.

이달 초 NH투자증권은 임기 만료 이후 용퇴를 결정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후임으로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을 내정했다. 과정은 시끄러웠다. 지배구조 꼭대기에 있는 농협중앙회와 모기업인 농협금융지주의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이후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아닌 농협중앙회가 손자기업인 NH투자증권의 인선에 목소리를 낸 것이 적당한 가에 대한 의문무호를 던졌고 그간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의 자회사 인선에 개입해온 사례 등을 따져 지배구조에 문제가 없는지 살핀다는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복현, 금산분리 원칙까지 꺼냈다…중앙회 입김 차단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이번 기회에 농협중앙회가 농혐금융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금융부문)과 경제사업(비금융부문)을 분리(신경분리)해 운영하기로 하면서 탄생했다. 농협금융지주가 중앙회로부터 '분리'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농협중앙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구조여서다. 

대표적으로 과거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당선된 직후 이대훈 농협은행장,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 등이 사의를 표한 뒤 농협중앙회장의 재신임을 물은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NH투자증권의 대표 인선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진것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당선된 이후 대표 인선에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신경분리한 핵심 이유 중 하나가 독립된 경영이 가능토록해 금융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동시에 신경분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비금융주력자인 농협중앙회가 금융회사인 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쥐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금산분리 규제를 거스른다고도 봤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원칙적으로 가지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 내부통제 합리적인 지배구조법 상 규율체계가 흔들릴 여지가 있는데 이런 지점들을 챙겨봐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 인선에는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불지만, 정작 핵심 계열사 인선에는 농협중앙회가 더 주도권을 쥐고 있다보니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입지가 낮다는 평가가 있었다"라며 "금융당국이 중앙회의 입김을 차단해 금융회사로서의 경영 독립성을 확립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중앙회장이 바뀐 시점에서 중앙회장이 금융지주의 경영에 개입하기 전에 금융당국이 먼저 나선 것이라고 본다"면서 "올해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도 사실상 종료되는 상황이라 시기상으로 개입이 적당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번째 지배구조 칼날…'관치' 논란도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사실상 개입한 한 것이 처음이 아닌 것을 고려하면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번 정부들어 금융당국은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의 회장 인선 과정에 모두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세 곳의 금융지주 모두 수장이 바뀌는 결과로 이어졌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입, 상생금융 등 금융회사의 경영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은 상황"이라며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에 목소리를 낼 경우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회가 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회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다른 금융지주와 지분구조가 다른 농협금융의 특수한 상황을 당국이 어떻게 볼 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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