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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실손보험 할증 시작…보험사 '글쎄'·가입자는 '억!'

  • 2024.07.01(월) 17:43

4세대 실손 보험료 할증제도 첫날 분위기는?
보험금 수령액 따라 100~300% 할증·혹은 5% 할인
손해율 이미 134% 초과…새 제도에도 적자 지속 예상

"보험료를 할증한다고 해서 당장 보험사 손에 들어오는 돈은 없고, 그저 비급여 진료를 자제하기를 바라는 막연한 기대뿐입니다."

1일 4세대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할증제도가 시작된 가운데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가 이같이 말했다. 4세대 실손보험 도입 3년 만에 제도가 본 모습을 갖추게 됐지만, 정작 업계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4세대 실손의료보험 비급여 이용량 연계 보험료 할인·할증 제도가 시작됐다. 직전 1년간 수령한 비급여 보험금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하는 제도다.

갱신 전 1년 동안 받은 비급여 보험금이 100만원 이상일 경우 비급여 보험료가 1년간 할증된다. 할증률은 수령한 보험금 규모에 따라 △100만~150만원 100% △150만~300만원 200% △300만원 이상 300% 등이다.

이 기간 보험금을 100만원 미만으로 수령했다면 기존 비급여 보험료가 유지된다. 보험금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면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할인율은 보험사가 확보한 할증 금액에 따라 달라지지만, 금융당국은 통상 5% 내외일 것으로 예상했다.

할증제도가 시작됐음에도 손해보험업계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보험료가 인상된다고 해서 보험사의 이익이 직접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게 보험사측 입장이다. 인상분은 전액 다른 가입자의 보험료를 할인하는 데 써야 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로선 가입자들이 보험금 규모가 큰 비급여 진료를 자제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애초 보험료 할증은 과잉진료 등을 통해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소수 가입자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당국 추정에 따르면 보험료 할증대상자는 전체 1.3%에 그친다.

다만 보험사들은 여기에 해당하는 1.3% 가입자의 경우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하면서 자기 부담금을 감당하고 있는 가입자들이기에 보험료 인상을 우려하지는 않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료가 할증되면 과도한 보험금 청구 억제 효과가 일부 있을 순 있겠지만 손해율이 개선될 만큼은 아니다"며 "개인의 도덕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막연한 보험료 인상 걱정에 가입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꺼리는 상황도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급여 이용량은 비급여보험료에만 적용되는 점, 보험료 할증은 1년간 지속되며 이후에는 원점에서 계산되는 점 등을 모르는 가입자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보험사에서 근무하는 설계사 A씨는 "비급여 보험금을 수령한다고 해서 무조건 보험료가 오르는 게 아닌데 겁을 먹고 전액 본인 부담하는 분들이 있다"며 "가입 시에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해 뒤늦게 문의하는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이미 평균 이상으로 치솟았다. 올해 1분기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손보사 5곳의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4%로 1~4세대 평균(128%)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가입자마다 갱신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1년은 지켜봐야 제도의 효용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는 크지 않지만 일단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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