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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카뱅 '달러박스'에 숨은 속내

  • 2024.07.02(화) 06:40

달러 환전·보관에 집중한 카뱅…환전은 '파트너'가
외화자산 유치 강점·플랫폼 정체성도 확립

카카오뱅크가 은행권 '환전전쟁'에 참전했습니다. 그런데 약간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다른 은행과 달리 '외화미지급 계정'을 만들어 단순히 미국 달러화를 사서 보관만 하는 기능을 만든겁니다. 대신 다른 은행과 비슷한 환전은 파트너 트레블월렛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역대급 엔저와 기록적인 여행수요가 이어지고 있어서 환전은 최근 가장 고객을 유치하기 좋은 서비스로 꼽힙니다. 그런데 카카오뱅크는 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타사의 서비스를 중개하는 방식을 택했을까요?

카카의뱅크의 다른 시도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5일 외화 관련 서비스인 '달러박스'를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서비스에는 약간의 '의아함'이 담겨있습니다.

최근 은행들이 내놓은 환전 서비스를 보면 자행에 외화입출금 계좌를 만든 뒤 원화를 사용자가 원화는 외화로 환전해 보관해 두는 방식이었습니다. 계좌이니 만큼 당연히 이자도 지급이 되죠. 

반면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달러박스'는 단순히 미국 달러화를 환전해 보관만 해 두는 용도입니다. 연이어 출시되고 있는 은행 환전 서비스가 환전부터, 결제, 재환전까지 제공하면서 해외 여행객을 노린 전반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느낌입니다.

물론 해외 여행객을 노린 서비스도 같이 출시했습니다. 다만 카카오뱅크가 서비스하는 것은 아닙니다. 카카오뱅크 계좌를 가지고 있다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트래블월렛의 서비스를 카카오뱅크 앱 내에서도 이용하도록 했죠. 카카오뱅크 사용자가 미국 달러화가 아닌 다른 통화 환전, 해외 결제 등을 필요로 한다면 트래블월렛에 가입해야 하는 그런 구조입니다. 

사실 사용자의 편리함을 최고 가치중 하나로 공언해왔던 카카오뱅크가 이와 같은 환전 서비스를 내놨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입니다. 트래블월렛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카카오뱅크 플랫폼 내에서 달러 환전 외 다른 외화 서비스는 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뱅크의 외화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달러박스 가입과 트래블월렛 서비스 가입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트래블월렛을 사용하지 않은 사용자라면 트래블월렛 앱을 설치해 가입한 이후 다시 카카오뱅크에서 환전을 신청해야 하는 다소 복잡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직 카카오뱅크 앱 내에서는 트래블월렛 신규 가입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카카오뱅크의 '진짜 전략'

그렇다면 카카오뱅크는 다른 은행들과 다르게 왜 이런 전략을 선택했을까요? 

첫번째로는 달러박스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외화자산을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있습니다. 사용자가 달러박스에 달러를 넣어두면 이는 카카오뱅크의 외화자산으로 분류되죠. 카카오뱅크는 이를 운용해 비이자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특히 달러박스는 이자 등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자금을 유치하면서 들어가는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외화자산 운용에 최적화 돼 있다는 얘깁니다.

오보현 카카오뱅크 외환캠프 서비스 오너 역시 지난달 있었던 달러박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는 올해 초 외화자금 조달 및 운용을 위한 자금운용본부를 구축했다"라며 "운용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운용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최근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환전을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되 리스크를 최소화 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카카오뱅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으로도 분석됩니다. 은행보다 '플랫폼'으로의 정체성이죠.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후 실적을 발표하면서 다른 은행과 다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통상 은행의 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두가지로 나뉘는데요, 카카오뱅크는 비이자이익 부분을 더욱 세분화 해 '플랫폼 이익'이라고 따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 이익은 타사와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받는 일종의 수수료입니다. 

즉 카카오뱅크는 금융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라면 직접 하지 않더라도 파트너를 찾아 서비스 하는 방식으로 은행의 서비스 제공 폭을 늘리는 전략을 취한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알뜰폰 사업자인 '모요'와 손을 잡은 것도 이러한 전략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은행보다 플랫폼이라는 점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라며 "특히 이를 통해 사업영역을 넓히면 강력한 규제인 은행법에서도 다소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사업영역 확대 속도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후부터 국내 금융산업에 변화를 가져온 메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가 취하는 플랫폼 전략이 다른 은행들 역시 전략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카카오뱅크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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