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의 '부당승환계약'(보험 갈아타기) 심각성을 국회 정무위원회가 재차 경고했다. 이미 가입한 보험상품이 있는 사람을 속여 해약하게 만든 뒤 설계사에게 떨어지는 수수료가 더 높은 상품에 가입시키는 행태다. 법인보험대리점(GA) 등에 기관제재를 강화해 소속 설계사에 대한 관리 책임을 더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GA가 경력 설계사를 스카우트 하기 위해 1억~2억원 수준의 과도한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부당승환계약이 늘어날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2024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는 금융당국이 부당승환 제재 건수가 많은 GA에 대해 신속하고 엄격한 관리·감독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금까지 상품을 판매한 설계사에 대한 과태료 및 영업정지 등 개인 제재 위주에 그쳤다면, 앞으론 소속 기관에 더 막중한 책임을 물어 내부통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당승환은 보통 설계사가 판매 수수료 증대를 위해 보험 리모델링 및 보장 강화를 명목으로 이미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를 현혹해 동종 또는 유사한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권유하면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납입한 보험료보다 적은 해약환급금을 수령하거나, 연령 증가에 따른 보험료 상승 등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신계약 체결 시 면책기간(보험 가입 후 보험금을 주지 않는 기간)이 다시 적용되면서 보장이 단절되는 위험도 존재한다.
부당승환에 대한 국회의 강경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4년 간 부당승환계약 금지 위반과 관련해 GA 10개사에 과태료 5억2000만원과 기관경고·주의 등 제재가 내려졌다. 소속 설계사 110명에게는 업무정지(30~60일) 및 과태료(50만~3150만원) 조치가 부과됐다.
부당승환계약을 금지하는 법 조항(보험업법 제97조 제1항)에도 이를 어기는 사례가 많다는 의미다. 이런 영업 관행이 고질병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GA들이 과도한 정착지원금을 들여 경력설계사 영입 경쟁을 벌이는 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설계사들이 GA를 옮겨 다니면서 무리한 영업을 벌여 부당승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감원이 지난 2022~2023년 소속 설계사 1000명 이상 GA 39곳을 점검한 결과, 소속 경력설계사 총 1만4901명에게 총 2590억원(1인당 1740만원)의 정착지원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 "정착지원금 많이 받은 설계사가 부당승환도 다수"…금감원의 일침(9월3일)
금융당국은 올해 1월 부당승환계약 방지를 위해 신용정보원을 통해 타사 내 보험계약정보까지 조회가 가능한 비교안내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간 설계사는 보험 가입 희망자가 가진 타사 보험계약정보 조회가 안 돼 비교안내가 어려웠다. 이에 의도치 않게 부당승환 계약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이런 위험성이 줄어들 전망이다.
더불어 GA협회는 'GA 보험설계사 정착지원금 운영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모범규준은 다음 달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100인 이상 중·대형 GA에서 설계사 영입 시 지급한 정착지원금 총액을 분기마다 공시하는 내용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