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교보생명·현대해상 등 대형 오너 보험사들의 승계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장남인 정경선 전무에 더해 최근엔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의 장남 신중하 상무가 경영 일선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오너 3세' 경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포화상태인 국내 보험시장에서 기존 사업의 변화와 쇄신을 실현할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진출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교보생명과 현대해상이 오너 3세를 경영에 전면 배치했다. 이들은 모두 1980년대생인 데다 디지털 혁신, 글로벌 진출 등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교보생명은 2025년 정기인사를 통해 신중하 그룹경영전략담당 겸 그룹데이터 태스크포스(TF)장을 인공지능(AI)활용·고객의소리(VOC) 데이터 담당 겸 그룹경영전략 담당 상무(임원)로 신규 선임했다. 1981년생인 신 상무가 2015년 교보생명 계열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한지 10년 만이다.
신 상무는 2021년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으로 자리를 옮겨 디지털혁신(DX)신사업팀장으로 일하다가 이듬해 5월 교보생명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그룹디지털전환(DT)지원담당,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을 맡으면서 그룹의 데이터 체계 구축 및 DT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수립했다.
신 상무는 교보생명 계열사 및 본사에서 디지털 전략 중책을 맡아 왔으며 이번 승진으로 고객 민원을 해소할 뿐 아니라 축척된 민원을 데이터화 해 상품·서비스 개발에 힘쓸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속도 붙은 교보생명 3세 경영…신창재 장남 신중하 상무 승진(12월11일)
디지털 전환에 해외진출까지
가장 먼저 전면에 나선 건 한화생명의 김동원 사장이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2014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에서 2015년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뒤 △전사혁신실 △미래혁신담당 △해외총괄담당 △미래혁신부문장을 거쳐 올해 초 신설된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 역시 회사 디지털 전환에 한 획을 긋고 있다. 2019년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 설립을 주도한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이 빠르게 자리잡자 모바일 앱을 통해 보험설계사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업채널도 보험업계 최초로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스타트업 육성센터인 '드림플러스'를 설립했다. 이 역시 보험업계에선 처음이다.
최근엔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국내 보험사 중 가장 먼저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인수에 성공했다. 5월엔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 지분 40%를 매입하며 해외 은행업까지 진출했다. 최근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한화 AI 센터(HAC)'를 설립했다.▷관련기사 : 한화생명, 미 증권사 벨로시티 인수…국내 보험사 최초(11월20일)
제4인뱅 진출 진두지휘
지난해 말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선임된 현대해상 정경선 전무(1986년생)도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현대해상은 그의 입사와 동시에 조직개편을 단행,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문급 임원 기구인 CSO를 업계 처음으로 신설했다.
입사 전 정 전무는 2012년 소셜벤처를 발굴하는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하고 2014년 사회적 가치 투자사 HGI를 만들었다. 2021년에는 싱가포르에 임팩트·지속가능성·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테마로 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실반캐피탈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현대해상에서는 제4인터넷은행 진출을 이끌고 있다. 현대해상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P2P) 렌딧, 세금 환급 플랫폼 자비스앤빌런즈 등은 유뱅크(U-Bank)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4인터넷은행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가 3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차세대 경영을 본격화 하고 있다"며 "포화상태인 보험산업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