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에 티눈이 생겨서 치료했을 때, '수술'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최근 보험업계에선 티눈 치료 중 하나인 '냉동응고술'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요. 이 치료법이 수술에 해당한다며 30억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받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양승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티눈 수술보험금 부정취득 관련 판례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2013~2017년 5개 보험사의 정액보장형 보험 18건을 가입합니다. 이후 6년에 걸쳐 병원 20곳에서 3933회의 냉동응고술을 진행하고, 30억원이 넘는 수술보험금을 받습니다.
'티눈 제거' 수술은 맞는데
냉동응고술 시술 비용은 회당 3만원인 반면, 보험금은 회당 30만~40만원에 달합니다. 보험사들은 일단 보험금을 지급했지만, 시술 건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 의문을 품고 소송을 제기합니다.
해당 보험이 '질병수술비'를 보장하는 상품인 만큼, 티눈 제거가 수술에 해당하는 지가 쟁점이었는데요. 냉동응고술은 티눈 부위를 냉동해 조직이 괴사하도록 한 뒤 새로운 조직이 재생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법원은 냉동응고술이 '수술'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다만 티눈이 피부질환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험약관에 '피부질환 면책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티눈에 대해 자세한 약관을 작성하는 건 드문 일이라 해당 약관이 있는 보험상품은 단 2개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쟁점이 더 있었습니다. 4000회에 가까운 수술 횟수에 대해 모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것이라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아닌지 하는 것들입니다.
티눈은 한 번에 여러 개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재발이 잦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천번의 수술이 가능했던 건, 한 부위를 여러 번에 걸쳐 시술할 수 있는 냉동응고술의 특성 때문입니다. A씨는 매회 조금씩 치료 부위를 다르게 했고, 각각의 치료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데요. 한 보험 건에 대해선 '동일 부위 판단기준'에 따라 10회 시술에 대해 4회만 보험금 지급을 인정했고, 또다른 보험 사건에선 개별 시술에 대해 모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최근 이어지는 '계약 무효' 판결
이런 판결에도 법원은 최근들어 A씨의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2020~2021년만 해도 계약상 문제가 없다고 봤는데, 2023년 5월 이후 발생한 7개 사건에선 A씨의 계약을 무효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보험 가입 당시 A씨의 수입이 월 180만원 정도였는데 월 납입 보험료가 80만원에 이르렀던 점에서 의심을 샀습니다. A씨에 보험 가입을 권유한 보험설계사가 티눈 수술보험금을 받은 적이 있고, A씨의 아버지가 비슷한 시기에 잦은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한 점도 인정됐습니다.
이미 수술보험금이 지급되었기에 보험사의 손해를 모두 복구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이번 소송에서 인정된 근거들을 앞으로 보험계약 관련 분쟁에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보험약관에선 티눈을 질병수술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이고요.
양승현 연구위원은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술과 비수술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면책규정을 통해 수술비담보 필요성이 적거나 남용 위험이 높은 피부질환을 보장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명확한 방안일 수 있다"며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을 인정해 보험계약을 무효화한 것은 타당한 결론"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