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경영인정기보험(CEO보험)은 법인만 가입할 수 있게 된다. 해약환급률은 해지 시점과 관계없이 100% 이내로 설계될 전망이다. 영업 현장에서 절세 효과를 강조하고, 중도해지 차익을 내세우는 등 불완전판매가 지속되자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금융감독원은 경영인정기보험 상품구조에 대한 감독행정을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앞으로 이 상품의 계약자는 법인으로 제한되며, 보험기간은 경영인의 근무 가능 기간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설정하게끔 했다.
앞으로 경영인정기보험 설계 시 초기 환급률로 인한 차익거래 유인 요소를 억제하고, 저축성 보험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금감원은 △유지보너스 설계 금지 △보험금 체증은 10년 이후 5~10%로 설정 △전 기간 환급률 100% 이내 등을 예시로 들었다.
실리와 맞지 않은 상품구조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경영인정기보험은 CEO가 사망했을 때 그 공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문제는 영업 현장에서 가입 후 해지 시 차익이 발생하는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호도한다는 점이다.
법인의 경우 경영인정기보험의 보험료를 비용으로 인정받아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개인의 경우 비용이 인정되지 않는다. 추후 법인으로 전환하더라도 기납입분에 대해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가입 후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개인 가입자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아울러 현재 출시된 상품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기존 상품은 경영인의 보험기간을 100~110세로 설정하고, 보험금은 납입 10년 이후 매년 20%씩 상승하도록 설계한 경우가 많다.
이권홍 금감원 보험리스크관리국장은 "일반적으로 CEO가 100세, 110세까지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보험금 체증도 현실적인 인적 가치 상승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5~10%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실에 맞지 않은 설계에 유지보너스, 설계사 수수료 부당지급까지 겹쳐 사실상 '저축성 보험'의 구조를 갖췄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경영인정기보험의 평균 환급률은 5년 후 93%, 7년 후 98%, 10년 후 100% 등이다.
여기에 설계사가 받은 수수료 리베이트가 진행되면 원금을 상회하게 된다. 지난달 금감원이 발표한 4개 법인보험대리점(GA)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2023년 10월~2024년 4월 550건의 경영인정기보험을 모집하면서 179명에게 72억원의 수수료를 부당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규리 보험리스크관리국 팀장은 "설계사가 받은 수수료를 조금만 나눠주면 원금을 상회하게 되고, 가입자는 만기까지 유지할 유인이 없다"며 "보장성 상품의 구조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생보사로선 타격이 클 전망이다. 가입 대상이 극히 감소하는 것은 물론, 법인이 가입할 유인도 급격히 줄었다. 감독행정은 지난 23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이날 기준 이미 가입 설계 중이던 계약에 한해 보험사가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권홍 국장은 "CEO보험 관련 자체 시정 기회를 줬음에도 단기성과주의에 매몰돼 불완전판매가 계속됐다"며 "상품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도록 생명보험사에 감독행정을 배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