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가계대출이 급증했던 원인 중 하나로는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 지연 때문이라는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대출 수요에 불이 붙기 시작했던 시점에 기름을 부은 결과를 야기한 까닭이다.
특히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후에도 가계대출 공급이 잡히지 않자 더 높은 강도인 3단계 조기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현재 가계대출은 시중은행 관리 방안을 통해 공급 규모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가계대출 수요가 언제 또 급증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다.
3단계 도입, 소득 1억 차주 대출한도 최대 4천만원 감소
금융당국은 지난 6월, 하반기 스트레스 DSR 운용방향에서 2단계 도입 시기를 기존 7월에서 9월1일로 미루고 3단계 역시 2025년 1월에서 7월(잠정)로 연기하기로 했다.
부작용은 컸다. 스트레스 DSR 기준이 강화되면 차주의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상황이라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자들이 도입 이전에 은행에 몰렸다. 실제 올해 전 금융권 월별 가계대출 증감액을 보면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직전인 8월에 9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과 함께 대출 수요 급증 원인인 수도권 부동산에 한해서 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1.2%p)를 적용하기로 했고, 이후 과열됐던 부동산 열기가 식으면서 대출 수요도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감 규모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스트레스 DSR 3단계는 6월 발표처럼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도입되면 DSR 산정 대상은 1·2금융권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기타대출 등 모든 대출이 포함된다.
스트레스 금리(2024년 12월 기준 1.5%p)도 온전히 적용된다. 다만 대출상품의 금리 형태에 따라 적용 비율에선 차이가 난다.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성이 가장 큰 변동형은 스트레스 금리가 100%인 1.5%포인트가 DSR 산정시 더해진다.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은 스트레스 금리의 60%(0.9%p), 주기형(5년 주기)은 스트레스 금리의 30%(0.45%p)가 적용된다.
9월부터 적용된 스트레스 DSR 2단계와 비교하면 3단계 도입 시 대출한도는 소득 1억원 차주가 대출금리 4.5%, 30년 만기로 받았을 때 수도권의 경우 변동형은 1400만원, 비수도권은 4400만원 감소한다.
혼합형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각각 1600만원과 3400만원, 주기형은 1100만원과 2100만원 가량 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 관리, 'DSR' 최후의 보루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다수 풀었지만 DSR 만큼은 유지했다. 가계부채가 급증할 때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월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감액은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관리방안으로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대출 규제로 인해 실제 대출 취급은 줄었지만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 자체는 여전히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2금융권 가계대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대출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3단계 도입 전 대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주택공급 부족 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언제 과열될지도 예측할 수 없어 내년에도 특정 시기에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스트레스 DSR 3단계 조기 도입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도입되면 2금융권 전 대출도 DSR 산정에 포함되고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가계대출 공급이 축소되는 까닭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연착륙도 고려해야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빨라지고 이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 일정을 앞당길수도 있다"며 "차주 대출 시 비용이 증가하는 측면이 있어 수요가 억제될 수 있고 가계대출 브레이크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는 집값 상승국면이 아니고 가계부채도 속도 조절 중이라 조기 도입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라면서도 "누구도 올해 집값 폭등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대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점에 조기 도입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3단계 운영시점은 변경할 만한 의사결정을 한게 없어 잠정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