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을 들기 위해 보험설계사에게 여러 상품을 추천받은 A씨. 추천받은 상품을 비교하다가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상품명 앞에 붙은 '(무)' 표시 때문인데요. '배당은 주식에서나 듣던 용어인데, 보험이 무배당이라니. 그럼 배당금을 주는 보험도 있다는 건가?' 보험 이름에 붙은 (무), 대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A씨의 추측대로 무배당은 '배당이 없다'라는 의미가 맞습니다. 또 배당금을 주는 보험이 있다는 것도 정답입니다. 가입한 보험 상품명에 (무)가 붙으면 무배당, (유)가 붙으면 유배당이란 의미입니다.
배당은 주식을 하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용어죠. 주식회사에서 회사의 이익이 발생했을 때 이익의 일부를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합니다. 보험에서의 배당은 보험사가 보험료 운용에 따른 이익을 보험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무배당 보험은 이런 차익을 보험 계약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상품입니다. 그래서 가격이 저렴하기도 합니다. 되도록 차익이 생기지 않도록 처음부터 보험료를 저렴하게 책정하기 때문이죠. 반면 유배당 보험은 보험 계약자에게 이를 돌려줍니다. 대신 보험료가 무배당 보험보다 5~10% 정도 높습니다.
그런데 최근 상품명에는 대부분 '(무)'가 붙어있죠. 보험으로 보장도 받고 배당금도 받으면 좋을 텐데 왜 보험사들은 이제 유배당 상품을 내지 않는 걸까요?
이제 가입하고 싶어도 없다
유배당 상품이 자취를 감춘 것은 생명보험의 상품 역사나 최근 트렌드의 변화와 궤를 같이합니다.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보험 상품은 저축성 보험이 주를 이뤘습니다. 국내 보험시장에서 생명보험은 양로보험이나 교육보험, 연금보험을 주축으로 한 저축성 보험이 대부분을 차지했죠. 그 당시엔 '당장 몸이 아픈 것'을 대비하기 위한 보장성 보험보다는 안정적으로 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요가 더 컸다고 합니다.
은행 예금금리가 10%에 달하는 등 시중금리가 높았던 때 주로 팔린 고금리 유배당 보험은 6~7%대 금리가 적용됐고요. 고금리만으로는 경쟁력이 없어 유배당 등을 앞세워 은행보다 수익률이 낫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그런데 1992년 7월 당시 재무부가 보험시장개방에 따라 무배당 상품 판매를 허가하며 무배당 보험이 등장했습니다. 다양한 상품 개발로 보험계약자의 상품 선택 기회를 확대하고 배당 경쟁력이 약한 신설사의 영업 기반 정착을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에 진출했던 시기죠.
외국계 보험사들은 종신보험과 무배당 보험을 들여와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종신보험은 사망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다양한 질병과 상해 위험을 보장하는 특약을 붙여 종신보험만 가입해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웠습니다.
무배당 보험은 저렴한 보험료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상품을 다양화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할 수도 있었죠. 이때부터 국내 생보사들도 종신보험, 무배당 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고객들도 당장 내는 보험료가 더 저렴한 무배당 상품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무배당 보험 중에서도 무·저해지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무·저해지 보험은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유배당 보험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우선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불확실한 배당보다 보장…"투자는 내가"
또 다른 이유는 1997년 닥친 IMF 외환위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자산운용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고객들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한 배당금을 위해 상대적으로 비싼 유배당 보험을 찾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배당을 받더라도 큰 규모가 아니라 별다른 매력을 찾기 어려웠을 겁니다.
최근에는 유배당 보험이 거의 없다 보니 펀드를 별도로 운용하더라도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유배당 보험이 주류로 판매될 때는 운용 규모가 크다 보니 수익률이 높을 수 있지만, 규모가 줄면서 자연히 수익도 감소했다는 얘깁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보험은 보장'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진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사고에 대비하는 성격으로 보험을 드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죠. 게다가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보험료를 내고 배당을 받느니 직접 투자하겠다는 이들도 늘었답니다.
그래도 해외는 유배당이 많다고?
그런데 해외는 여전히 유배당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보험이 위험에 대비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투자 상품이라는 인식도 강하다고 하네요.
국내 보험사들이 무배당 상품만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유배당과 무배당을 비교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계약자에게 배당해야 하는 점이 보험사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유배당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난해 '홍콩 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역외보험 사례를 보면 유배당 보험 수요가 사라졌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자취를 감춘 유배당 보험. 보험사들이 다시 선보일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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