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가 3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다만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히면서 내년에는 금리인하 속도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매파'적인 금리인하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번 미국의 금리인하로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아졌다. 탄핵 정국 속 우리나라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연준이 매파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이것이 더욱 가속화 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가용가능한 수단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당분간 변동성 확대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해가 바뀌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하는 데다가,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는 1월 말에나 예정돼 있어서다.
연준, 금리는 내렸지만 매도 날렸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18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 결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정책금리를 4.50~4.75%에서 4.25~4.50%으로 0.25%포인트 인하해 운용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3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셈이다.
사실 이번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는 기정사실화 됐던 측면이 있다. 올 하반기들어 미국 경제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높았던 금리를 내릴 수 있는 배경이 마련돼 있어서다. 연준 역시 앞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 수준을 4.4%로 제시하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하보다 주목받는 점은 연준이 '비둘기'가 아닌 '매'를 날린 것이다. 최근의 행보와 달리 앞으로는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서다.
이날 연준이 공개한 내년 점도표(향후 금리전망)을 보면 내년 기준 금리 중간값은 3.9%였다. 지난 9월에는 3.4%였는데 이보다 0.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그간 시장에서는 점도표에 따라 내년 연준이 최대 4회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봤는데, 이를 수정하면서 내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횟수는 2회로 줄어들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FOMC이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완화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같은 분석에 힘을 보탰다. 연준이 '매'를 날리자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미국 국채금리는 상승하고 달러는 강세를 보이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탄핵으로 어수선…정부 "상황 예의주시 할 것"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안 가결이라는 정치적 빅 이벤트를 소화하며 시름을 앓고 있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이미 '메이드인 코리아' 자산의 가치가 지속해서 떨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매'를 날리면서 이같은 상황이 가속화 할 수 있어서다.
당장 이날 FOMC 이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와 비교해 17.1원 상승한 1453원으로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미 연준의 매파적인 스탠스로 인하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승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회사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확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변동성 확대에 더해 미국 연준이 매파적인 스탠스를 보이면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라며 "내년 초 까지는 우리나라 시장의 변동성이 큰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 역시 이날 FOMC이후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 가용한 수단을 적극 동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최상목 부총리는 "세계 주요 통화들이 대폭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 금융 및 외환시장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향후 반대 방향으로 큰 폭의 반작용을 수반할 수 있어 시장 참가자들의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부와 한은 역시 높은 경계의식을 갖고 24시간 점검 체계를 지속 가동하면서 변동성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경우 추가적인 시장안정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외환시장 안정과 외화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외환수급 개선방안, 연장 시간대 외환거래 활성화 방안, 세계국채지수 관련 거래 인프라 개선방안 등을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담아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