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관세'로 인한 대미 수출 감소가 현실화한 가운데 우리나라 국정 컨트롤타워 마저 무너지면서 경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김범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2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를 열고 24시간 비상점검·대응체계 가동을 약속했지만 '건국 이래 최대 경제 불확실성'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또 공백…상호관세 협상력 약화 우려
지난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에 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표를 제출했다.
최 부총리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 최전선에서 미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이끌었다. 지난달 24일 미국으로 건너가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환율정책 등의 의제에 합의하며 새 정부 출범 후 '7월 패키지' 마련을 예고한 상태였다.
갑작스런 경제 사령탑 부재로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향후 협상력이 약화하고 혼선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다.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끝나는 7월 9일 이전에 관세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도 현재로선 불투명해졌다. 상호관세 협상을 더욱 발전적으로 유도할 계기가 될 수 있었던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과 민간협력도 반감될 수 있다.
지난 4월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6% 감소했다. 가장 먼저 25% 품목 관세가 부과된 철강 역시 이 기간 대미 수출이 7.1% 감소했다. 대미 수출 주력으로 꼽히는 일반기계와 반도체는 각각 전년 대비 22.6%, 31.0% 쪼그라들었다.
블룸버그는 "리더십 회전목마 상황이 이어지는 탓에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취약한 입장에 놓였다"면서 "올해 1분기 역성장한 한국의 수출의존 경제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비상대응체제 가동
F4는 지난 2일 오전 긴급 회의 열고 "관세 충격으로 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고 새 정부 출범이 한 달 남은 상황"이라면서 "증대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외환시장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24시간 비상점검·대응체계를 지속 가동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4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간) 밀라노에서 열리는 '한일중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경제동향을 점검하고 금융협력 방안을 논의해 경제 불확실성을 줄이는 고민을 이어 나갈 전망이다.
오는 8일 발표되는 '4월말 외환보유액'을 통해 경제 대응 흐름을 살펴볼 수도 있다. 지난해 말 트럼프발 상호관세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자 한국은행은 달러를 대거 풀어 환율을 방어해 왔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4092억1000만달러) 4년 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지난 3월(4096억6000만달러) 분기 말 효과로 소폭 반등했다.
이와 더불어 오는 9일 한국은행은 '3월 국제수지'를 공개한다. 한국은행은 앞서 2월 국제수지를 발표하며 "3월까진 흑자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4월부터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월 경상수지는 71억8000만달러(약 10조5582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가 흑자면 우리나라가 외화를 벌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