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됐던 미국은 예상보다 낮은 고용 성적표에 인상 기대감을 낮춘 반면, 한국은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이 유가 하락 효과를 웃돌면서 당분간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물가 부담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물가·환율 부담이 커진다고 금리를 쉽게 올릴 수도 없다는 점이다. 이미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가 인상 카드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엇갈린 대내외 지표 속에서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 딜레마가 예상된다.

미 노동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6월 비농업 신규 고용이 전달 대비 5만7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11만50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실업률은 4.2%로 전문가 예상치(4.3%)를 밑돌았으나, 이 역시 경제활동 참가율이 줄어든 착시가 반영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은 빠르게 반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높은 물가와 견조한 고용을 이유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금리선물시장은 이달 미국의 금리 인상 확률을 30% 미만으로 점쳤다.
9월 인상 확률은 66%에서 51%로, 연내 동결 확률도 지난 1일 17%에서 하루만인 2일 23%로 높였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지난 1일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최근 4주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졌다"면서도 "주변을 둘러보면 물가가 너무 높다"고 언급해 인상 가능성에선 약간 후퇴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 압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한국은 물가와 환율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2023년 12월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생활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월대비 0.1%포인트 올랐다. 2024년 4월(3.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국제 유가 하락과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으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대비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가 살아나며 소비·투자가 늘어난 영향이 유가하락을 상쇄해 물가 상승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아서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근원물가는 비용 충격의 전이와 수요 압력 확대 등 영향으로 높은 상승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환율도 1540~1550원대의 이례적 고점권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어 수입물가를 통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될 수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이 어려운 이유다.
시장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거론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7월 금융통화위원회를 기점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될 여지가 높다"면서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황 등 감안 시 국채 금리도 중장기적으로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경제지표들이 엇갈리면서 오는 10일 한은이 발표할 금통위 의사록에 시선이 쏠린다. 물가와 환율에 대한 위원들의 경계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은은 또 오는 7일 1분기 자금순환, 8일 5월 국제수지, 9일 6월 금융시장 동향을 잇따라 발표한다. 가계·기업의 자금 흐름과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를 얼마나 방어해주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