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자주 주어지지 않는다. 자주 찾아오면 그건 일상이지 기회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자동차 부품 및 가전 중견그룹 대유위니아의 오너 박영우(67) 회장은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렸다. ‘인수합병(M&A) 업계의 큰 손’이라는 수식어가 달리 붙여진 게 아니다.
2000년 들어 존재감 각인…핵심은 ‘M&A’
박 회장은 광주고를 졸업한 뒤 미국 켄트주립대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자로서 존재감이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40대 중반 때인 2000년대 들어서다. 핵심은 M&A에 있다.
대유위니아의 거침없는 M&A의 역사는 대략 1998~2002년에 걸쳐 박 회장이 창업한 ‘엔테크’(옛 대유에이텍), 대유에셋을 전신(前身)으로 한 ‘옛 대유에스텍’과 ‘현 동강홀딩스’가 출발점이다.
3개사를 거점으로 자동차 부품·소재 기업을 연쇄적으로 사들였다. 2001년 5월 삼원기업(스티어링휠), 2003년 8월 중앙디지텍(시트·현 대유에이텍), 2005년 12월 성용하이메탈(알루미늄휠·현 대유플러스) 등이 면면이다.
멈추지 않았다. 다음은 가전(家電)이었다. 2014년 11월 김치냉장고 ‘딤채’로 잘 알려진 위니아만도(현 위니아)를 인수했다. 2018년 2월에는 국내 3위 가전업체 동부대우전자(현 위니아전자)마저 계열 편입했다. 종합가전업체로 한 단계 더 점프했다.
지금의 대유위니아는 ▲자동차 시트, 알루미늄휠, 스티어링휠 등 자동차 부품·소재 ▲‘딤채’ 김치냉장고를 비롯한 종합가전을 양대 축으로 매출 4조원대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계열사는 국내 19개, 해외 35개 도합 54개사다. 상장사만 5개사다. 2025년 국내 50대 그룹에 진입하는 야심을 가지고 있는 배경이다.
후계자 10대 초반때 이미 기반 조성
세월이 제법 흘렀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고 사람도 변하는 게 세월이다. 대유위니아는 어느덧 2세 체제가 뿌리 내릴 채비를 하고 있다. 밑그림은 다 짜여 있다. 박 회장은 부인 한유진(61) 대유몽베르CC 고문과 슬하의 두 딸 중 차녀에게 가업을 물려줄 참이다.
올해 나이 31살, 박은진 현 대유에이텍 상무다. 속전속결. 짧은 기간 빠른 속도로 경영승계 과정을 밟고 있다. 계열사 이사회에 ‘뉴 페이스’로 등장한 게 2018년, 28살 때다. 지분승계 작업은 이보다 한참 앞서 있다. 후계자의 나이 10대 초반 때 이미 기반을 닦기 시작했을 정도로 박 회장은 철저한 준비성을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맏딸 박은희(33)씨는 동생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커리어에 관한 한 알려진 게 전혀 없다. 경영에도 확실하게 선을 긋고 지냈다. 예나 지금이나 계열사 이사진에서 이름 석 자 찾아볼 수 없다. 핵심 계열사 보유 지분을 보더라도 죄다 동생에게 압도당한다.
양대 지주 & 상호·순환출자 지배구조 축
대유위니아의 현 지배구조는 박 회장 일가(43.17%)→동강홀딩스(41.63%)→대유홀딩스→이하 계열사로 이어지는 수직출자가 뼈대다. 반면 내부적으로는 수많은 상호·순환출자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있다.
가령 최상위지주사 동강홀딩스만 보더라도 지주사라고는 하지만 일가 지분 외에 계열사 지분이 적잖다. 3개사 31.20%다. 중간지주 대유홀딩스도 마찬가지다. 일가 소유 39.45% 외에 최대주주 동강홀딩스 41.63%에 더해 2개사가 17.10%를 더 보유 중이다.
무엇보다 쉼 없는 사업 확장 과정에서 계열사를 전방위적으로 동원해 M&A에 나선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계열사를 쪼개고 합쳐 간판을 갈아치운 횟수만 해도 수십 차례다.
바꿔 말하면 얽히고설킨 지배구조는 감히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박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떠받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오너 일가의 다채로운 얘깃거리 또한 담고 있다. 한마디로 ‘4인4색’이다. (▶ [거버넌스워치] 대유위니아 ②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