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조원대 중견그룹 대유위니아의 후계자가 나홀로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1년 반쯤 됐다. 수년간 전혀 없던 매출이 2세 등장을 계기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내부거래도 존재한다. 이쯤 되면 이 계열사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른 것이 분명하다. ‘위니아미(WINIA ME)’ 얘기다.
차녀 1인 회사 ‘위니아미’의 정체
대유위니아그룹의 오너 박영우(67) 회장의 두 딸 중 차녀 박은진(31) 대유에이텍 상무는 자타공인 후계자다. 박 회장과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오너 일가다. 박 상무의 경영 행보와 맞물려 최근 들어 흥미로운 점 한 가지가 있다. 작년 2월 박 상무가 이사회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유위니아 소속의 ‘위니아미’라는 계열사다.
위니아미는 현재 최상위지주사 동강홀딩스는 물론 다른 계열사들과 출자 관계로 전혀 엮여있지 않다. 게다가 이사진은 박 상무 혼자다. 개인 소유지분은 파악되지 않지만, 위니아미를 사실상 박 상무의 1인 회사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위니아미는 원래는 탄소나노소재 연구개발을 위해 2010년 7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엘피(LP)나노연구소가 전신이다. 작년 3월 위니아메디텍을 거쳐 올해 1월 지금의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당초 주인은 동강홀딩스였다. 지분 75%를 소유했다. 2014년에는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2016년 7월 동강홀딩스가 주식 사업부문을 쪼개 중간지주사 대유홀딩스를 만든 뒤로는 대유홀딩스 소유가 됐다.
묘한 구석…위니아와 내부거래
한데, 대유홀딩스가 작년에 위니아미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공교롭게도 박 상무가 나홀로 사내 등기임원을 맡은 시점과 맞아 떨어진다. 뿐만 아니다. 이 시기, 위니아미는 업종도 싹 갈아치웠다.
전신 LP나노연구소는 매출이 전혀 없었다. 위니아미가 사업목적에 기존 사업을 모두 삭제하고, 의료기기 제조 및 헬스케어 기기,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등 신규 사업을 대거 올린 것도 작년 1월이다, 올해 1월에는 의약품, 화장품 제조업까지 추가했다.
위니아미는 현재 눈마사지기, 허리마사지기 등 가정용 의료기기 및 혈액냉동고 판매사업을 하고 있다. 당연히 없던 매출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비록 초창기라 얼마 안되지만, 작년 9억원가량의 매출에 1억여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묘한 구석 더 있다. 내부거래가 존재한다. ‘딤채’ 김치냉장고를 주력으로 하는 주방·생활가전업체 위니아가 주거래처다. 즉, 위니아의 작년 재무제표(연결기준)에 위니아미와 8억여원의 매입 등의 거래가 잡혀있다. 위니아미가 위니아에 수입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예기가 된다.
따라서 2세 경영권 승계가 한창 진행 중인 와중에 후계자 박 상무의 1인 회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보면, 앞으로 지분 승계 등 대물림 과정에서 위미아미의 활용도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경영 보폭 넓히는 후계자
게다가 박 상무는 작년을 기점으로 경영 보폭을 더욱 넓혀가는 모습이다. 현 대유에이텍 외에 작년 3월 딤채홀딩스 이사회에도 새롭게 합류했다. 2014년 11월 위니아만도(현 위니아)를 805억원에 인수할 당시 만들어진 투자목적회사(SPC)로, 가전 핵심 계열사 위니아의 지배회사(지분 47.41%)다. 계열사 등기임원 겸임은 경영수업에 들어간 지 3년만이다.
박 상무는 미국 코넬대 출신으로 뉴욕대 대학원에서 미디어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학업을 마친 뒤에는 매일경제 기자로 활동했다. 이어 대유위니아 계열 이사진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2018년 6월이다. 위니아홀딩스 사내이사직을 가졌다. 28살 때다.
위니아홀딩스는 2018년 2월 동부대우전자(현 위니아전자)를 1200억원가량에 인수할 당시 설립한 SPC다. 공기방울 세탁기, 입체 냉장고, 미니드럼 등을 생산하는 가전 분야의 한 축으로 매출 1조330억원(2021년 연결기준) 규모 위니아전자의 지배회사(지분 94.54%)라는 점에서 중요도를 갖는다.
박 상무는 2019년 3월에 가서는 대유에이텍 이사회로 옮겼다. 대유에이텍은 자동차 시트(Seat)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로 자동차 부품·소재 분야의 핵심 계열사다. 주방·생활가전 위니아까지 지배 아래 두고 있다. 총자산 1조3200억원에 매출은 1조6600억원에 이른다.
특히 박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으로서 계열사 중 유일하게 상근 회장으로 있는 곳이 대유에이텍이다. 박 상무가 굵직굵직한 계열사의 이사진으로 활동하며 후계자로서 경영 단계를 빠른 속도로 밟아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 [거버넌스워치] 대유위니아 ⑤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