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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귀뚜라미 최진민 창업주의 2세 승계 이상기류

  • 2022.10.17(월) 07:10

[중견기업 진단] 귀뚜라미①
매출 1조원 종합 냉난방 에너지그룹 변신
재작년~올해 초 주력사 대표직 연쇄 퇴임
‘미완’ 최성환 전무 가업승계 가시화 관심  

‘거꾸로 타는 보일러’(2001년)

연탄이나 나무를 때 구들장으로 난방하던 시절, 방바닥에 파이프를 깔아 온수로 난방을 하는 연탄보일러를 국내 최초로 보급한 보일러 원조기업 귀뚜라미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킨 광고 카피다. 

‘귀뚜라미는 더 이상 보일러 회사가 아닙니다’(2022년)

귀뚜라미가 변신한지는 한참 됐다. 난방부터 냉방 공조(공기조화), 에너지 공급에 이르기까지 매출 1조원의 종합 냉난방 에너지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창업주가 기업가의 길을 걸은 지도 어느덧 60년. 이제 시선은 2세 승계로 옮아간다.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

보일러 성장 정체, 냉방에서 길을 찾다

귀뚜라미는 1962년 최진민(81) 회장이 서울 마포에 창업한 '신생보일러공업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69년 ‘고려강철’ 법인으로 전환, 본격적으로 보일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탄탄대로였다. 특히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는 신도시 건립 등 건설경기가 활황을 보였던 터라 귀뚜라미 또한 호황을 누렸다. 현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린나이 ‘보일러 3강 체제’가 형성된 게 이 무렵이다.  

2000년대 들어 판이 바뀌었다. 1가구1주택 시대에 접어들면서 보일러 수요는 줄어들고 정체기를 맞았다. 세계적인 냉난방 융합 추세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의 길을 보았다. 해외시장 공략에서 활로를 찾은 경동나비엔과는 결이 다른 행보였다. 

냉방공조 기업을 타깃으로 잇단 인수합병(M&A)으로 이어졌다. 범양냉방(2006년·현 귀뚜라미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2008년), 화인텍센추리(2009년·센추리)를 차례로 계열 편입했다. 대형 건물·공장의 냉동·냉방 설비와 공조장치에 특화된 업체들이다. 2016년에는 서울 구로·금천·양천구 도시가스공급업체 강남도시가스(귀뚜라미에너지)를 인수했다. 

귀뚜라미를 냉난방 에너지그룹으로만 안다면 당신은 귀뚜라미를 반쪽만 아는 것이다. 강원도 철원의 한탄강CC, 한탄리버스파호텔을 운영하는 귀뚜라미랜드, 서울 강서구 인서울27골프클럽, 서울 구로구 고척동 귀뚜라미 크린 테니스코트를 운영하는 엔조이라이프, 외식프랜차이즈 닥터로빈 등이 귀뚜라미 레저·외식 분야 계열사들의 면면이다. 대구지역 민영방송 TBC의 소유주주이기도 하다. 

창업주 한 발짝 뒤로…‘2세 시대’ 다가오나

현재 귀뚜라미홀딩스를 비롯해 14개사에 이르는 국내 계열사는 사세 확장의 결과물이다. 총자산(2021년 귀뚜라미홀딩스 연결기준)은 1조8900억원이다. 매출은 9730억원으로 ‘1조 클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계열사별로 합산하면 1조3000억원이다. 돈이 아쉬울 게 없어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현금성자산이 5770억원이다. 부채비율은 37%에 머문다. 

간판 사업도 뒤바뀐 지 오래다. 작년 귀뚜라미 매출 중 냉방공조 3개사의 비중이 49.4%다. 반면 모태사업 보일러는 39.5%다. 귀뚜라미가 종합 냉난방 에너지 그룹으로 불러달라고 달리 외치는 게 아니다.  

1941년생으로 올해 81세. 최 회장이 대(代)물림에 마침표를 찍어도 한참 전에 찍었을 법 하지만 가업승계는 아직 미완이다. 최 회장이 변함없이 절대권력을 쥐고 있다. 홀딩스 지분 31.71%를 보유한 1대주주다.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이사진으로 있는 귀뚜라미문화재단(16.16%)을 합하면 47.87%다. 50%에 육박한다. 

후계자가 없는 건 아니다. 부인 김미혜(66) 귀뚜라미복지재단 이사장 사이의 2남3녀 중 장남 최성환(44) 귀뚜라미 관리총괄 전무가 후계 ‘0순위’다. 최 전무를 경영에 입문시킨 게 18년 전인 26살 때다. 일찍부터 후계자로 낙점했지만 경영대권 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후발주자인 차남 최영환(41) 상무는 형보다도 한참 뒤쳐진다.  

이쯤 되면 이상기류다. 2019년 11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도화선이다. 경영구조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최 회장이 재작년부터 귀뚜라미홀딩스 등 핵심 계열사 대표직을 하나 둘 내려놓더니 올해 초까지 죄다 물러났다. 올해 4월에는 경영 보폭이 결코 좁지 않았던 안주인 김 이사장이 한 때 최 회장 부부가 함께 경영했던 나노켐의 대표 자리를 비웠다. 

최 회장이 변함없이 강력한 오너십을 쥐고 있으면서도 경영일선에서는 한 발짝 비켜난 모습이다. 2세 체제가 서서히 가시화될지 시선이 꽂히는 이유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지주사 출범 이후) 최 회장이 주요 계열사들의 대표에서 물러난 것은 맞다”며 “다만 전문경영인 제제를 유지 중이고 후계승계는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 [거버넌스워치] 귀뚜라미 ②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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