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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한일시멘트 장손 허기호 회장과 ‘한 지붕 세 가족’

  • 2023.02.27(월) 07:10

[중견기업 진단] 한일시멘트①
2代 ‘정·동·남’ 3형제 차례로 회장 승계
3대 한일시멘트, 2개 방계기업로 분화 
적통 장손 허기호…강력한 오너십 구축

‘형제 경영’에서 ‘1인 체제’. 시멘트를 주력으로 하는 건설자재 중견그룹 한일시멘트 ‘허(許)’씨 오너 집안이 3대(代)로 뿌리내리며 진화한 모습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중심에는 가업의 적통을 이은 창업주 장손 허기호(57) 현 회장이 자리한다. 전(前) 부인 집안이나 형제사 주식 등 돈이 된다 싶은 것들을 죄다 팔아 강력한 오너십 구축에 ‘올인’했다. ‘물주며 키운’ 히든카드는 마침표를 찍는데 썼다. 숙부들은 토를 달지 않았고, 용인했다. 그 대가는 ‘한 지붕 세 가족’으로의 분화로 이어졌다. 

허 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지도 18년이다. 때를 같이해 오너 4세가 본가에서 차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2대에서 보여줬던 형제 승계 없이 바로 4대 직행이 점쳐지는 이유다. 

허기호 한일홀딩스 회장

24년에 걸친 회장 ‘형제 승계’

한일시멘트는 1세대 개성상인 고(故) 허채경 창업주가 1961년 12월 설립한 한일시멘트공업에서 출발했다. 1969년 수도미생물약품(현 녹십자)을 인수, 제약업에도 손을 뻗쳤다. 1995년 8월 별세했다. 향년 77세. 

2세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2선으로 물러난 지는 이보다 3년 전이다. ‘형제 승계’의 시작이었다. 창업주 5남1녀 중 장남 허정섭(84) 명예회장이 한일시멘트, 차남 고 허영섭 회장이 녹십자 회장에 오른 때가 1992년이다. 두 그룹이 사실상 계열분리가 이뤄진 것도 이 무렵이다. 

창업주 사후 한일시멘트는 장남에 이어 2003년 3월 3남 허동섭(75)→2012년 3월 4남 허남섭(72) 명예회장 등 ‘섭(燮)’자 돌림 ‘정·동·남’ 삼형제가 차례로 회장직을 승계했다. ‘영·일’ 형제 몫인 녹십자 또한 2009년 11월 허영섭 회장 작고 한 달 뒤 막냇동생 허일섭(67) 현 회장이 바통을 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고 사람도 변하는 게 세월이다. 가업세습도 매한가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016년 3월 한일시멘트는 24년에 걸친 2대 형제 경영에 마침표를 찍었다. 

‘본가’ 지주사 한일홀딩스 14개 계열군

3대에 이르러 한일시멘트의 ‘허’씨 일가 지배구조는 2대와는 결을 달리한다. ‘정․동․남’ 3형제 집안이 한일시멘트 한 울타리에 있다 뿐이지 지금은 저마다 제 갈 길 가고 있다. 

계열사수 37개(국내 32곳·해외 5곳). 많아 보이지만 시멘트를 핵심으로 가업을 이어가는 본가와 건축·토목·조경업체 한일개발(8개), 외식업체 한덕개발(10개) 계열 등 2개 방계가가 묶여 있을 따름이다.  

2018년 7월 모태기업 옛 한일시멘트㈜의 지주 체제 전환이 세 집안이 보다 명확히 세포분열 하는 기폭제가 됐다. 즉, 현재 흔히 통칭되는 한일시멘트그룹은 엄밀히 말하면 지주사 한일홀딩스 체제의 14개 계열군을 가리킨다. 

주력 사업 자회사 한일시멘트㈜와 2017년 7월 인수한 손자회사 한일현대시멘트 등 업계 랭킹 2위의 계열사가 포진한다. 시멘트·레미콘·레미탈 등 건자재는 물론 레저(서울랜드·하늘목장), 무역(한일인터내셔널), 투자(한일VC) 등 4개 분야에 걸쳐 있다. 

총자산(2022년 한일홀딩스 연결기준) 3조2700억원에 매출 1조9700억원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 수익성 또한 2018~2022년 영업이익이 연평균 1090억원으로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재무건전성도 비교적 탄탄하다. 현금성자산 3850억원에 부채비율은 59.6%다. 

허기호, 홀딩스 지분 31% ‘1인 체제’

가업인 현 한일홀딩스 체제의 적통을 이은 이가 허기호 회장이다. 창업주 장손이다. 허정섭 명예회장의 아들 3형제(기호·기준·기수) 중 장남이다. 경영권을 승계한 지도 7년 전으로 한참 됐다. 형제사 녹십자가 여지껏 2대 허일섭 회장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2005년 1월 모태 옛 한일시멘트㈜ 대표에 오르며 경영일선에 등장했다. 39살 때다. 이어 2016년 3월 숙부로부터 회장직을 물려받고 3세 체제의 깃발을 꽂았다. 50세 때다. 

게다가 선대(先代)와는 달리 ‘1인 체제’의 중심에 있다. 숙부들과 함께 옛 한일시멘트㈜ 각자대표를 맡았던 11년에 걸친 ‘숙질(叔姪) 경영’은 회장 승계와 함께 종식됐다. 지주사 전환 뒤로는 줄곧 한일홀딩스 대표로서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지주사 경영을  챙기고 있다. 

두 동생 중 허기수(53) 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 부회장이 양대 주력 자회사에 몸담고 있지만 2021년 말 전문경영인에게 대표 자리를 비워준 뒤로는 존재감을 잃었다. 사내이사직을 유지 중인 곳도 한일시멘트뿐이다.  

뿐만 아니다. 허 회장은 계열 장악력도 압도적이다. 지주사 한일홀딩스 최대주주로서 개인지분이 31.23%다. 부친(16.33%)의 2배다. ‘동․남’ 두 숙부 집안(10.52%)도 합해봐야 조카에는 비견될 수 없다. 허기준(54) 전 한일Development 부사장 1.57%, 허 부회장 1.15% 등 동생들도 형에는 견줄 바 못된다. 

한데, 허 회장의 현 홀딩스 지분은 경영 전면에 부상한 2005년에 비해 30%p 확대된 수치다. 소요자금도 541억원이나 된다. ‘허기호 1인 체제’를 갖추기까지 갖가지 얘깃거리가 감춰져 있지 않을 리 없다.  (▶ [거버넌스워치] 한일시멘트 ②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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