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거버넌스워치]한일시멘트 오너 허기호, 前 처갓집 주식 내다판 이유

  • 2023.02.28(화) 07:10

[중견기업 진단] 한일시멘트②
‘정·남’ 숙부 용인 아래 지분 강화에 ‘올인’
형제사 녹십자 주식 등 현금화 맞물려
10%→31%땐 지주전환 등 ‘無자본 마법’

‘1.84%→31.23%’. 

창업주 장손이 3대 가업 계승자로 정식 낙점을 받은 이래 지분 추이다. 출발은 미약했지만 지금은 ‘1인 체제’의 압도적 존재감을 갖고 있다. 한일시멘트그룹의 현 오너 허기호(57) 회장 얘기다. 

2018년 7월 지주 체제 전환을 기점으로 이전에는 모태기업 옛 한일시멘트㈜, 이후로는 지주사 한일홀딩스의 지분 확보에 ‘올인’하며 강력한 오너십을 쥐기까지 품이 적잖이 들지 않았을 리 없다. 

허나, 묘한 구석도 없지 않다. 1%→10%대로 끌어올리며 최대주주가 되기 까지는 상당한 개인자금이 들었지만, 현 31%로 세 배로 불릴 때 까지는 돈 들 일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무(無)자본의 마법’들을 하나 둘 선보였다. 

‘정·동·남’ 형제 경영 배경엔 분산·소유

한일시멘트 지배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허(許)’씨 오너 일가의 주식 분산·소유가 특징이지만 2010년대 중반까지는 색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진했다. 즉, 지배주주인 ‘섭(燮)’자 돌림 ‘정·동·남’ 2세 삼형제가 모태이자 지주회사격인 옛 한일시멘트㈜ 지분을 나눠 소유했고, 이 중 확실히 우위를 점한 집안은 없었다.  

2004년 말을 보면, 고(故) 허채경 창업주의 5남1녀 중 장남 허정섭(84) 현 명예회장 일가가 12.23%다. 3남 허동섭(75) 명예회장(5.06%), 4남 허남섭(72) 명예회장(4.86%)과도 7%p가량 밖에 차이가 안났다, 이런 흐름은 2016년 3월 2세 경영이 막을 내릴 때까지 줄곧 유지돼 당시에도 각각 15.81%, 9.55%, 7.15%로 다들 고만고만했다. 

한마디로 2대 체제에서는 한 집안이 주도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는 무리가 따랐다. 1992년 장남→2003년 3월 3남→2012년 3월 4남 순으로 24년간 형제 회장 승계가 이뤄진 배경이다. 

허 회장 역시 2005년 1월 옛 한일시멘트㈜ 대표에 오를 때만 해도 지분은 1.84%에 불과했다. 허정섭 명예회장의 아들 3형제(기준·기준·기수) 중 장남이다. 부친과 두 숙부, 우덕재단 다음으로 단일 5대주주에 머물렀다. 창업주 장손으로 ‘후계 0순위’ 이었다고는 하지만 지분만 보면 이렇다 할 존재감이 없었다. 

2016년 회장 승계 이듬해 최대주주

반면 허 회장이 오너 3세 중 처음으로 모태기업이자 주력사의 경영일선에 등장한 이후의 행보는 종전과는 180도 판이했다. 가업 3대 경영자로 낙점 받은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특히 2005년 1월~2016년 3월에 걸친 11년간의 ‘숙질(叔姪) 경영’에 마침표를 찍고 회장직을 승계한 뒤로는 지배력 강화에 더욱 속도를 냈다. 이듬해 4월 한일시멘트㈜ 지분  10.11%를 확보, 달리 최대주주로 올라섰던 게 아니다  

한데, 통상 후계승계를 위해서는 선대(先代)의 지분 증여나 상속이 뒷받침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허 회장의 경우는 결을 달리한다. 이 기간 2012년 4월(0.76%)과 2017년 3월(1.33%) 부친의 두 차례의 지분 증여가 있었지만 도합 2.09% 정도다. 

즉, 허 회장이 1.84%→10.11%로 확대하기 까지 주(主)를 이룬 것은 직접적인 지분 확보다. 2007년 3월부터 10년간 장내에서 주식을 사 모으는데 열을 올렸다. 이 기간 숙부 허동섭 명예회장의 지분도 인수할 수 있었고, ㈜금풍·유성관광개발·재이통상 등 거래처 보유 주식도 매입했다. 도합 6.19%, 328억원어치다.  

적잖은 액수다. 재원으로 근로소득이나 배당수입, 주식담보 차입금 외에도 돈이 될 만한 개인 투자주식을 현금화 하는데 부쩍 열을 올렸다. 형제사 녹십자도 그 중 하나다. 한 뿌리인 까닭에 ‘허’씨 일가는 지금껏 지주사 한일홀딩스와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교차·소유 중인데, 허 회장 또한 한때 녹십자홀딩스 1.39% 보유했다. 2009~2014년에 걸쳐 전량 처분해 96억원을 쥐었다.  

뿐만 아니다. 처갓집 주식도 내다팔았다. 허 회장이 2013년 7월 합병을 통해 주주명부에 1.57% 주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던 모 상장사 주식이다. 이를 2016년 7월 20억원에 현금화하기도 했다. 

(말이 나온 김에, 허 회장은 2017년 무렵 이혼했다. 전(前) 부인은 무역, 반도체 장비. 엔터테인먼트, 벤처캐피탈 분야에 걸쳐 10개 계열사를 둔 중견기업 오너의 딸이다. 현재 계열 유명 연예기획사의 1대주주이자 대표로 활동 중이다.) 

‘無자본’ 지분 강화의 시작 지주 전환

허 회장의 거침없는 행보는 숙부들의 용인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허기호 1인 체제'는 2016년 3월 회장 승계를 계기로 공식화 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숙부 허동섭 명예회장이 허 회장에게 지분을 넘긴 게 같은 해 10월이다. 5.97% 중 1.06%를 58억원을 받고 조카 손에 쥐어줬다.   

물론 거저일리 없다. 대가가 뒤따랐다. 후속편에서 상세히 기술하겠지만, 원래 한일시멘트㈜ 소유였던 건축·토목·조경업체 한일개발이 사실상 허동섭 명예회장 일가 몫으로 넘어간 게 2016년이다. 합의하에 계열 정리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렇다보니 허 회장이 최대주주로 부상한 이후로는 탄탄대로였다. 무(無)자본 지분 강화의 시작이었다. 숙부들의 장손 힘 실어주기가 정점을 찍었던 2018년의 일이다. 지주회사 전환이 있었던 해다. 

그 해 7월 한일시멘트㈜는 한일홀딩스(존속·지주)와 한일시멘트㈜(신설·사업)로 인적분할, 주주 체제로 전환했다. 11월에는 홀딩스가 한일시멘트㈜ 주주 대상으로 총 1700억원의 현물출자·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허 회장은 사업 자회사가 된 한일시멘트㈜ 지분(10.11%)을 전량 지주사로 갈아탔다. 홀딩스 지분이 10.11%→22.91%로 치솟았다. 2배 넘게 뛰었지만 당연히 돈 들 일은 없었다. 부친 허정섭 명예회장 등 일가 6명이 모두 참여해 집안 전체로는 18.75%→42.47%로 급증했다. 

반면 숙부들은 불참했다. 이로 인해 ‘동·남’ 명예회장 일가의 지주사 지분은 각각 8.23%→4.46%, 5.63%→5.20%로 축소됐다. 당초 두 집안을 합해 5%p가 채 안됐던 맏형가와의 격차가 합쳐봐야 33%p로 벌어지며 지배력을 상실했다. 

즉, 지주 출범을 계기로 시멘트를 주력으로 한 적통 가업은 허정섭 명예회장 일가의 몫이 됐고, 그 중에서도 장손인 허 회장이 최대주주가 된 지 1년반 만에 사실상 1인 지배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일사천리였다. 허 회장은 같은 해 12월 확실히 못을 박았다. 위력적인 ‘히든카드’를 꺼냈다. 적잖은 ‘계열빨’로 키운 덕에 이 역시 개인자금은 별로 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바로 중원㈜(옛 중원전기)다. (▶ [거버넌스워치] 한일시멘트 ③편으로 계속)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