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거버넌스워치]TKG태광 2세 박주환 절대권력 비결…‘7000억 자사주’

  • 2024.03.13(수) 07:10

[중견기업 진단] TKG(태광실업)⑦
TKG태광, 잉여금 1조 기반 일가 지분 35% 매입
차입금 2470억 불어…계열 배당금 2290억도 재원
박주환, 상속세 말끔 해결…의결권지분도 70.9%↑

속전속결. 창업주인 부친의 갑작스런 별세로 한창 경영단계를 밟고 있던 37살의 나이에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머뭇거리지 않았다. 3개월 만에 회장 명함을 팠다. 이듬해 11월에는 40여 년간 썼던 간판도 바꿔 달았다. 2대 체제의 출발을 알리는 존재 증명에 다름 아니다.  

작년 12월, TKG(옛 태광실업)그룹 고(故) 박연차(1945~2020) 창업주의 장남 박주환(41) 회장이 마침내 모체이자 지주격인 TKG태광의 ‘각자’ 꼬리표를 떼고 ‘단독’대표로 올라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2년 만에 수천억원의 상속세를 매듭지은 데다 모친과 세 누이가 힘을 실어준 덕에 확고부동한 1인 체제를 갖춘 데 따른 것일 수 있다. 

TKG(옛 태광실업)그룹 2대 사주 박주환 회장.

2대 오너 박주환의 납세 전략 ‘연부연납’

‘[거버넌스워치] TKG ⑥편’을 요약하면, 2020년 1월 창업주 작고 뒤 이듬해 8월 사주 일가가 신고한 상속세는 6367억원이다. 납부 방식은 ▲현금 541억원(8.5%) ▲물납(物納) 3781억원(59.3%, TKG태광 지분 18.37%(3543억원)+부동산 238억원) ▲연부연납 2045억원(32.1%)이다. 

물납의 주체는 오롯이 부인 신정화(73) 명예회장과 세 딸 박선영(50)·박주영(48)·박소현(46)씨였고, 이어 2021년 말까지 TKG태광 지분 27.02%(5050억원) 매각을 통해 상속세를 완납하고도 남았다. 이는 창업주의 TKG태광 상속주식 55.39% 중 네 모녀 몫인  45.31%를 죄다 처분했다는 뜻이다.   

2대(代) 사주(社主)가 된 박 회장은 달랐다. 지배기반이 훼손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오너 일가 5명의 정확한 개인별 상속세는 알길 없지만, 연부연납(2045억원) 대부분이 박 회장 몫이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부연납은 상속·증여세가 2000만원이 넘을 경우 최장 10년(증여세 5년)간 나눠서 낼 수 있는 제도다. 실제 2021년 10월 일가의 1차 연부연납세액이 전체의 5분의 1인 433억원가량이다. 거저는 아니다. 쪼개서 내는 대신에 분납 세액에 상당하는 보험증권·부동산·주식 등을 납세 담보물로 제공해야 한다. 가산금(현재 2.9%)도 내야 한다. 

즉, 박 회장은 연부연납을 통해 상속세 납부 부담을 최소화해 네 모녀와 달리 TKG태광 지분을 온전히 소유했다는 의미다. 기존 39.46%에 민법상 법정비율(배우자 1.5대 자녀 1)대로 물려받은 상속주식 10.07%를 합한 49.53%다. 

TKG태광 창업주 박연차 상속주식 및 주주변동

TKG태광 12.1% 4년 분할지불 조건

박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오너 일가의 상속세 신고 무렵인 2021년 7월 모친과 첫째누이로부터 TKG태광 지분을 인수했다. 각각 7.67%(1480억원), 4.44%(856억원) 도합 12.11%, 2335억원어치다. 결코 적지 않은 액수지만 이 역시 자금이 문제되지는 않았다. 

분할 지급 조건이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박 회장이 계약 당시 지불한 액수는 전체 대금의 5분의 1가량인 505억원이다. 모친 400억원, 첫째누이 105억원이다. 나머지 1830억원은 4년에 걸쳐 나눠 지급할 수 있었다.  

당시 박 회장은 TKG휴켐스 지분 2.63% 소유했다. 2006년 7월 TKG가 컨소시엄을 통해 TKG휴켐스를 인수할 무렵부터 2017년 7월까지 장내매수 등을 통해 138억원에 취득한 주식이다. 

창업주 작고 뒤 박 회장은 2020년 3월 TKG휴켐스 지분을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90억원을 대출했다. 7월에 가서는 TKG태광 8.68%를 담보로 720억원의 대출한도를 설정해 둔 상태였다. 총 810억원이다. 이렇다보니 모친 등의 지분 인수 계약금과 1회차 연부연납액을 치르는 데 별 무리가 없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TKG태광 배당

2013년부터 배당 ‘뚝’…일가 주식매입에 활용

게다가 당초 연부연납으로 해결하려던 잔여 상속세도 현재로서는 전액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 비결은 딴 게 아니다. TKG태광이 버는 족족 쟁여놓았던 이익잉여금이 기반이 됐다.  

현재 확인 가능한 범위로, TKG태광은 1999~2004년에는 매년 거르지 않고 적게는 50억원, 많게는 135억원 총 431억원을 배당금으로 풀었다. 창업주가 지분 100% 1인 주주로 있었을 때다. 

반면 ‘[거버넌스워치] TKG ②편’에서 얘기한 대로, 2005년 11월 TKG태광이 신발 자재 수출업체 ㈜태진 흡수합병을 계기로 박 회장을 비롯해 2세들이 주주로 등장한 뒤로는  공교롭게도 ‘가뭄에 콩 나듯’ 했다. 2009년(75억원)에 이어 2013년(66억원) 이후로는 아예 중단했다. 

TKG태광은 2006년(별도기준) 3400억원에 머물던 매출이 2014년 1조원, 2019년 2조원을 넘어서며 돈을 쓸어 담다시피 해왔다. 15년간 벌어들인 순이익이 총 9840억원, 약 1조원이다. 이를 차곡차곡 적립해뒀다는 뜻이다. 

2020년 말 TKG태광의 배당가능이익(자기주식 취득한도)이 9140억원이나 되는 이유다. 이를 사주 일가의 주식을 사들이는 데 활용했다. 액수가 무려 6820억원이다. 사주일가의 상속세 납부 전에는 단 한 주도 없던 TKG태광의 자사주가 현재 35.47%나 되는 이유다. 

TKG태광 재무실적

기재부도 물납 주식 4.6% 넘겨 900억 환수

네 모녀가 매각한 TKG태광 상속주식 27.02%(5050억원) 중 박 회장이 인수한 12.11%(2335억원) 외의 14.96%는 원래 둘째누나(7.26%)와 막내누나(7.70%) 소유였다.  2021년 말에 이를 2820억원(주당 19만7200원)에 받아준 곳이 TKG태광이다. 

뿐만 아니다. 작년 3월에는 박 회장이 15.91%를 TKG태광에 매각했다. 대가로 3100억원(20만400원)을 손에 쥐었다. 사주 일가의 상속세 물납주식을 갖고 있던 기획재정부가 4.59%를 넘겨 896억원을 환수한 것도 이 때다. 

TKG태광은 이를 위해 적잖이 빚을 냈다.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별도기준) 2020년 말 마이너스(-) 379억원에서 작년 6월 말 2470억원으로 급증한 이유다. 해외 신발생산 및 소재제조 법인 태광비나, 태광MTC비나, 태광몰드비나 등으로부터 2290억원의 배당금도 당겼다.  

박 회장을 결과적으로 보유지분 자사주 매각을 통해 잔여 상속세를 물고도 남았다는 얘기가 된다. TKG태광 및 TKG휴켐스 주식담보대출을 전액 상환한 것도 이 즈음이다. 2022년 말 TKG태광으로부터 빌렸던 단기자금 150억원도 작년 초 모두 갚았다. 

결국 TKG태광 잉여금이 훗날 대물림에 대비한 창업주의 은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박 회장이 외부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도 거액의 상속세를 매듭짓고 외려 무소불위의 장악력을 쥐게 됐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TKG태광 개인지분은 현재 45.74%다. 반면 의결권 없는 자사주(35.47%)를 감안하면 70.87%로 치솟는다. 모친과 누이들은 3.45% 뿐이다. 이외 기재부 13.72%, 정산장학재단 1.63%다.   

TKG의 후계자의 나이 10대 후반에 치밀한 설계 아래 시작된 승계 작업은 20여년에 걸쳐 의도한 대로 막을 내렸다. 자산·매출 3조원의 중견그룹 TKG는 이제 명실상부 2대 사주 박주환 회장 1인 체제다. 

TKG(옛 태광실업)그룹 주요 계열 지배구조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