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뷔(기시감·旣視感)’를 보는 듯하다. 주력제품인 신발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될 자재를 대고, 여기에 소리 소문 없이 해외 공장까지 활용하는 치밀함으로 2세 회사를 키워서다.
글로벌 1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의 신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자개발생산) ‘빅4’ 중 하나인 TKG(옛 태광실업)그룹 옛 계열사 얘기다. ‘태광엠티씨(MTC)’다.
박주환, 20살 때 이미 이사회 멤버
TKG에 ‘비에스텍’이란 계열사가 만들어진 때는 2001년 1월이다. 이어 2005년 8월 태광MTC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태진(泰進)’, 정산개발과 더불어 이 태광MTC 또한 고(故) 박연차(1945~2020) 창업주가 장남이자 후계자인 박주환(41) 현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일찌감치 준비했던 계열사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 박 회장이 21살 때인 2004년에 이미 1대주주로서 태광MTC 지분 53.7%를 소유했다. 뿐만 아니다. 당시 박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골프장 업체 정산개발도 33.3%를 보유했다. 즉, 박 회장이 도합 87%를 자신의 영향권에 뒀던 개인회사나 다름없던 곳이다. 이외 13%는 모친 신정화(73) 명예회장이 들고 있었다.
게다가 20살 때 이미 이사회 한 자리도 차지했다. 비록 전문경영인이 대표를 맡아 경영을 챙겼지만 2003년 5월부터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놓았다. 박 회장이 2010년 1월 TKG태광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입문한 것을 감안하면, 태광MTC에는 이보다 7년 전에 발을 걸치고 있었던 셈이다,
베트남 신발공장 태광비나 핵심 매출처
태광MTC는 초기부터 잘 나갔다. 2006~2009년 매출(연결) 279억~319억원에 영업이익으로 적게는 42억원, 많게는 84억원을 벌어들였다. 영업이익률이 13%~26%나 됐다. 비결은 딴 게 아니다.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짠 데서 비롯됐다. 경남 김해시 안동에 위치한 신발사업의 모체 TKG태광 본사 바로 옆에 본점을 두고 신발 생산에 필요한 사출금형을 만들던 곳이 태광MTC다. 2005년 3월에는 베트남에 신발 아웃솔 제조업체 태광비나MTC도 세웠다.
즉, 태광MTC는 TKG태광, 태광비나MTC는 베트남 신발 생산공장 태광비나를 핵심 매출처로 뒀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2006~2009년은 TKG태광 및 태광비나 매출 비중이 92%~98%(265억~302억원)에 달하던 시기다.
다시 말해, ‘[거버넌스워치] TKG ②편’에서 다룬 박 회장(20%)을 비롯한 창업주 2세들(60%) 소유의 ㈜태진과 사업구조가 흡사했다. ㈜태진의 경우 태광비나와 청도태광(중국)에 신발 자재를 대고, 이 두 해외 생산공장은 완제품을 만들어 TKG태광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매출을 일으켰던 곳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태광MTC는 2009년 9월 베트남묵바이를 설립했다. 즉, 태광비나에 이어 베트남 제2의 신발생산공장을 모체 TKG태광이 아니라 태광MTC 지배 아래 뒀다. 태광MTC의 TKG태광 내부매출은 더욱 확대됐다. 2011~2012년에는 840억~1450억원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태광MTC의 기업가치가 부풀어 오를 것은 뻔했다.
장남 회사에 알짜주식 증여 절세 효과
창업주는 한 발 더 나아갔다. 2010년 12월 후계자의 개인회사 태광MTC에 휴켐스 지분 4.01%를 무상 증여했다. 당시 주식시세로 330억원어치다. 사실상 박 회장의 수중으로 들어갔지만 세금은 최대한 줄인 일종의 우회 증여였다.
만일 박 회장에게 직접 증여 됐다면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어림잡아 190억원 가량이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은 20% 할증되고,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 50% 적용돼 증여재산의 총 60%를 물어야 해서다. 영리법인은 다르다. 증여세 대신 법인세가 부과된다. 최고세율은 22%다. 당시 태광MTC가 79억원만 냈던 이유다.
태광MTC는 TKG태광과 해외 신발생산공장이 판을 깔아주는 알짜 사업구조에다 TKG휴켐스 지분까지 갖게 되자 기업가치가 한층 레벨-업 됐다. 2개 해외법인을 제외한 태광MTC 본체만 하더라도 2012년 총자산 776억원에 이익잉여금 470억원, 자기자본은 576억원이나 됐다.
2013년 12월, 창업주가 물주며 키워온 2세 개인회사 태광MTC을 지렛대로 마침내 일을 벌였다. 후계자 박 회장의 승계기반에 확실하게 못을 박은 마지막 수순이었다. (▶ [거버넌스워치] TKG ⑤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