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 보수적 경영으로 유명한 중견 사무기기 업체 신도리코가 올해 30살의 3대 후계자를 앞세워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 오너 3세의 활동무대인 미래사업실의 본부 승격과 인수합병(M&A) 전문가 영입은 이를 위한 정지작업이다.
장손의 등장…경영기조 변화 예고
18일 신도리코에 따르면 올해 초 오너 3세인 우승협(30)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재무학 석사 출신으로 2022년 11월 미래사업실장으로 입사하며 임원 타이틀을 단 지 1년여 만이다.
신도리코의 3대 경영승계 작업이 점차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우 전무는 개성상인 출신 기업가 고(故) 우상기(1919~2002) 창업주의 장손이다. 2대 경영자인 우석형(69) 회장의 1남2녀 중 장남이다.
특히 우 전무는 승진을 계기로 활동 범위도 넓어졌다. 올 들어 미래사업실을 확대․개편한 미래사업본부의 본부장을 맡았다. 기존 미래사업실에 기획실, 빌딩관리를 담당하는 RE(Real Estate)실까지 3개 조직을 총괄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보수적 경영으로 잘 알려진 신도리코의 경영 기조에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재무금융을 전공한 우 전무의 업무 확대가 최근 신도리코의 M&A 전문가 영입과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어서다.
신도리코는 올해 1월 서동규(58) 사장을 발탁하고 오는 28일 2023사업연도 정기주총을 통해 신임 대표로 선임할 계획이다. 삼일회계법인 대표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지낸 투자은행(IB)맨이다.
사무기기 ‘한 우물’…성장 정체
즉, 우 전무는 서 사장과 호흡을 맞춰 M&A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신규 비즈니스 발굴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점쳐진다. 신도리코 관계자도 “미래사업본부 승격은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기업 볼륨에 맞는 신사업을 찾는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경영에서 한 발 비켜난 우 회장이 후계자에게 신도리코의 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의 중책을 맡겼다고 볼 수 있다. 우 회장은 2019년 12월 대표에서 물러난 뒤 현재 이사회의장으로 주요 현안만 챙기고 있다.
신도리코는 우 창업주가 1960년 7월에 설립한 ‘신도교역’으로 출발한 뒤 복사기, 프린터, 복합기 등 국내 사무용기기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왔던 기업이다. 캐논코리아, 후지제록스와 함께 ‘빅3’ 중 하나다. ‘무차입’으로 대변되는 보수적 경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유동성자산(현금성자산·2023년 연결기준)이 8320억원에 달하는 이유다.
반면 신도리코는 성장 정체에 빠져있다. 매출(연결)이 2017~2018년 5580억원을 찍은 뒤 2021년 322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작년에는 3960억원으로 회복 추세를 보였지만 6년 전에 한참 못 미친다. ‘종이 없는 사무실’ 문화 확산이 한 몫 한다. 영업이익 또한 지난해 253억원 흑자로 전환했지만 2020년 146억원, 2022년 22억원 적자를 내기도 했다.
우 전무의 경영 행보가 빨라지면서 승계기반에도 시선이 꽂히고 있다. 사실 지분승계는 꽤 진척됐다고 볼 수 있어서다. 현재 신도시스템→신도에스디알(SDR)→신도리코로 이어지는 계열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이가 우 전무다. 우 회장의 2010년 물밑 작업에서 비롯됐다. 우 전무의 나이 17살 때다. (▶ [거버넌스워치] 신도리코 ②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