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 회장의 유산(遺産)이 가히 위력적이다. ‘100년 장수기업’을 꿈꾸는 국내 1위의 농기계 전문그룹 대동(大同·DAEDONG)의 현 오너 지배구조 곳곳에 깊숙이 뿌리내려 있다.
주식 상속비율 ‘65% vs 35%’로 대변되는 후계자 중심의 주식 대(代)물림, 외부 전문경영인을 중용하는 경영 기조, 모태기업 말고도 계열사 주식 분산 소유 등 어림잡아 3가지로 요약된다.

‘차남 승계’…후계자에 주식 몰아준 2대 회장
1998년 대동의 2대 오너 고(故) 김상수(1933~2017) 회장은 2남1녀 중 차남을 후계자로 못박았다. ㈜대동 기획조정실장으로 있던 김준식(59) 회장의 나이 32살 때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대동에 입사한지 7년만이다.
모태사인 농기계 제조업체 ㈜대동은 사업 중추사이자 예나 지금이나 계열 지주사격이다. 선대 회장은 1997년 말 ㈜대동 1대주주로서 지분 19.91%를 소유했다. 이외 일가 12명이 2.8%를 보유했다. 당시만 해도 김 회장은 1.00%가 전부였다. 김형철(63) 대동모밀리티 고문 0.11%, 김은좌(65) 투아이시스 대표 0.08% 등 다른 자녀들도 미미했다.
1998년 2월 2대 회장이 8.43%를 김 회장에게 증여했다. 속전속결로 2003년 8월에는 최대주주 지위마저 내줬다. 4.92% 2차 증여에 따른 것이다. 부친은 10.78%로 축소된 반면 김 회장은 17.56%로 뛰었다.
주식 증여가 철저히 후계자인 김 회장 중심으로 이뤄졌다. 두 차례의 증여 과정에서 장남과 장녀는 철저히 배제했다. 2006년 7월에 가서야 2.53%를 부인 박경 전 투아이시스 이사(0.86%)와 함께 각각 0.72%, 0.95%를 물려줬다.
이 무렵 경영 승계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2001년 3월 선대 회장이 ㈜대동, 대동금속 계열 이사직까지 모두 내려놓고 경영 2선으로 퇴진했다. 이어 2015년 3월 김 회장을 ㈜대동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혔다.

2015년 오너家 모녀 지분 공동보유관계 해소
3대 승계 과정이 마냥 순탄치는 않았다. 김 회장이 대표에 오른 이듬해 6월 ‘슈퍼개미’가 등장했다. 소액주주 등과 연대해 2007년부터 김 회장 등 대다수 이사진의 임기가 만료되는 3년 주기 주총 때마다 이사․감사 선임, 집중투표제 등을 요구하며 간섭했다.
특히 비록 나중에 철회하기는 했지만, 2012년 즈음에는 선대 회장의 장남과 장녀, 부인이 이에 공조해 오너 일가의 분쟁으로 비화될 뻔 했다. 당시 ㈜대동 지분 3.69%를 보유하고 있던 이들이다.
2013년 3월 주총을 끝으로 경영권 위협은 해소됐다. 뒤이어 2015년 6월에는 장남과 달리 오너가의 모녀는 김 회장과 ㈜대동 지분 공동보유관계를 끊기도 했다. 현재 맏딸은 본가 대동과는 선은 긋고 독자적으로 IT서비스업체 투아이시스를 경영하고 있다.
슈퍼개미는 2016년 11월 지분을 17.08%까지 끌어올리기도 했지만 장내처분을 통해 2019년 8월에 가서는 5% 보고 의무가 없는 4.76%로 떨어뜨리며 자취를 감췄다.
선대 회장은 2017년 10월 향년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대동 지분은 1.83% 남아있었다. 이듬해 5월 상속됐다. 미망인과 딸 몫은 없었다. 두 아들에게만 돌아갔다. 이때도 후계자에게 집중됐다. 김 회장에게 65%(1.19%), 김 고문에게는 35%(0.64%)가 상속됐다.
뿐만 아니다. 후속편에서 상세히 다루겠지만, 대동 오너 일가는 선대부터 ㈜대동 외에도 다른 계열사 주식을 적잖이 소유했다. 지금은 4대까지 내려간 집안 내력이다. 선대 회장은 작고 당시 대동기어 4.71%, 대동모빌리티 5.57%도 보유했다. 이 또한 65%, 35%의 비율로 두 아들에게 주어졌다.
3대 오너인 김 회장이 현재 ㈜대동 지분 22.51%(보통주 기준)를 가지게 된 주된 이유다. 대물림된 주식이 전체의 59.8%(13.46%)를 차지한다. 이외 2020년 2월~2018년 4월 57억원어치 장내매입 주식 등 39.10%(8.80%), 2023~2024년 4월 2차례의 자사주 상여금 1.12%(0.25%)다.
김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이자 유력 후계자인 김신형(24)씨(0.92%)를 비롯해 일가 7명 소유의 2.81%, 계열 주주사 대동기어 0.59%를 합하면 도합 25.9%다. 이에 더해 자사주 8.08%를 통해 오너십을 갖추고 있다.

선대부터 뿌리내린 전문경영인 중용 기조
세월이 제법 흘렀다. 환경이 바뀌고 사람도 변하는 게 세월이다. 김 회장이 경영 최일선에 등장한지 20년이 됐지만 ‘경영 DNA’는 어디 가지 않았다. 즉, ㈜대동을 위시해 주요 계열사들에게 볼 수 있는 김 회장과 전문경영인 공동․각자대표 체제 또한 선대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2001년 3월 선대 회장이 경영 2선으로 물러났지만 후계자를 곧바로 CEO에 앉히지 않았다는 점이 좋은 예다. 당시 김 회장은 1998년과 2003년 8월 부친의 ㈜대동 주식증여를 통해 자타공인 3대 오너로서의 입지를 갖춘 때였지만 2개사의 등기임원직만 가졌다. 앞서 1998년 3월 합류한 ㈜대동과 부친이 물려준 대동금속이다.
즉, 부친은 한 동안 모기업 ㈜대동(한재형)뿐만 아니라 대동기어(홍성욱), 대동금속(박헌평), 대동모빌리티(한재형) 등 수직 계열화 부품 계열사와 주력 시장인 미국의 대동-USA(김창규) 등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을 전문경인에게 맡겼다.
선대의 가업을 수성한 김 회장은 현재까지도 선친의 전문경영인 중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동 대표에 오른 이래 줄곧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 중이다. 한재형→이욱→곽상철→진영균→하창욱에 이어 2020년 3월부터는 KT 출신의 ‘2인자’ 원유현(55)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 회장은 2023년 3월 무더기로 계열사들의 대표 명함을 팠지만 이 역시 공동 또는 각자대표다. 대동기어(노재억), 대동모빌리티(원유현), 대동금속(이풍우), 하이드로텍(김학영) 등 부품 4개사다. (▶ [거버넌스워치] 대동 ③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