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표 페인트’로 잘 알려진 정밀화학 중견그룹 노루(NOROO)의 3대 승계가 코앞으로 다가온 모양새다. 창업주의 장손이 사장 자리를 꿰찼다. 대물림 시계가 점점 더 빨리 돌아가고 있다.
홀딩스·페인트 정기주총서 재선임 예정
10일 노루그룹에 따르면 한원석(40) 노루홀딩스 및 노루페인트 부사장이 작년 12월 사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故) 한정대(1920~1998) 노루그룹 창업주의 장손이자 현 오너인 한영재(71)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이다.
미국 센터너리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2014년 노루홀딩스에 입사해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이후 사업전략부문장(상무보)을 거쳐 2017년 11월 업무부총괄 전무, 2022년 12월 부사장에 이어 3년 만에 사장에 올랐다.
노루홀딩스 이사회에 합류한 지도 한참 됐다. 2017년 3월 31살 때다. 현 이사회 멤버 4명(사내 2명·사외 2명) 중 대표인 한 회장과 함께 오너 부자가 사내이사진을 구성하며 주요 경영 현안을 챙기고 있다. 주력사 노루페인트에도 2020년 3월 이름을 올려 한 회장과 함께 현재 6명(사내 4명·사외 2명)으로 이뤄진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노루홀딩스와 노루페인트는 오는 20일 2025사업연도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 임기(3년)가 만료된 한 사장을 재선임할 계획이다. 한편 노루페인트는 추가로 김종우(64) 노루오토코팅 대표를 신규 선임한다. 향후 김 사장 단독대표 혹은 기존 김학근(53)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회장의 경영 승계와 맞물려 지분 대물림도 상당히 진척된 상태다. 한 사장이 97.7%(이외 2.3% 자기주식)의 지분을 소유 중인 1인 IT업체 디아이티(DIT)를 활용한 우회 승계가 핵심이다.
노루 계열과 내부거래 기반 ‘캐시카우’
한 회장은 노루홀딩스 최대주주로서 개인지분 25.68%를 소유 중이다. 오너 일가 5명, 관계사 2곳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45.35%다. 한 사장은 개인지분이 3.75%에 불과하다. 반면 DIT는 10.16% 2대주주다. 한 사장 지배 아래 있는 지분이 13.91%나 되는 셈이다.
2022년 5월 이후 한 회장이 DIT에 1년 단위로 3차례에 걸쳐 노루홀딩스 지분 9.4%를 146억원에 넘긴 데 따른 것이다. 이어 DIT는 작년 9월 한 회장의 두 누나 한인성(77), 한명순(75)씨의 0.75% 34억원어치를 추가 매입했다.
바꿔 말하면 한 사장이 DIT→노루알앤씨(R&C)로 이어지는 계열 체제를 갖추고 노루페인트 등 그룹 계열사들과의 적잖은 내부거래를 통해 승계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활용하고 있는 정황이다.
DIT는 IT 솔루션 및 시스템관리(SM), 유지보수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비상장, 비외감법인으로 공개된 기업정보가 제한적이기는 하나, 노루 계열과의 거래가 적잖다. 노루홀딩스 연결재무제표상의 DIT에 대한 ‘기타 지출’을 보면, 2020년 48억원에서 2023년 73억원, 2024년에는 80억원으로 점점 불어나고 있다.
DIT는 2020~2023년 86억~91억원의 매출(별도)을 올렸다. 2024년에는 115억원을 찍었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매년 18억~25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익률이 높게는 28.1%, 낮아도 19.8%나 된다. 즉, DIT의 뛰어난 수익성 뒤에는 54.5%~81.4%에 달하는 노루 계열과의 압도적인 거래가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다. DIT는 도료용 수지 및 자동차용 접착제 업체 노루R&C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노루R&C 또한 도료 및 도료의 핵심 원료인 수지 생산업체 노루케미칼로부터 수지를 들여와 노루페인트 등 도료 계열사들에 판매하는 게 주된 일이다.
노루R&C는 2020년 매출 430억원에서 해마다 예외 없이 증가하며 2024년에는 667억원을 기록했다. 4년간 전체 매출 중 39.2%~50.4%인 258억~277억원이 그룹사로부터 나왔다. 이를 통해 매년 영업이익 24억~25억원으로 이익률 4% 안팎의 변함없는 흑자 기조를 유지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