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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업 중복상장 논란…지배구조 개편 VS 투자자 반발

  • 2025.08.07(목) 10:00

파마리서치·제노스코 시도 무산…삼성·휴젤 선제 대응
기업·주주가치 희석 문제…당국·국회 제도 개선 착수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중복상장' 문제가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중복상장이란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수익성이 좋은 사업부를 분할해 상장하거나 연결돼 있던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기업은 자회사 상장을 추진했다가 투자자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했고, 또 다른 기업들은 중복상장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중복상장이 자금 조달과 지배구조 개편에는 유리하지만, 자칫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되고 기업 신뢰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마리서치·제노스코, 소액주주 반발에 중복상장 실패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다수 바이오 기업들이 중복상장 이슈에 휘말렸다. 대표적으로 파마리서치와 제노스코가 올해 중복상장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파마리서치는 지난 6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과 신설법인 파마리서치를 재상장할 계획이었다. 메디컬에스테틱과 화장품 사업 등 본업과 신규 투자 및 M&A(인수합병)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전문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측 입장이었다. 

그러나 주력사업 회사의 낮은 분할비율과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시도로 비춰지면서 투자자들이 강력 반발하자 회사는 계획을 철회했다. 회사 분할 소식 당일 16% 하락했던 주가는 계획 철회 이후 13% 이상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했다.

오스코텍도 지난 3월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의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양사 간 사업 부문과 파이프라인 중복으로 투자자 반발에 부딪혔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의 원개발사가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로,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 얀센(Janssen)에 라이선스아웃하면서 로열티 수익을 유한양행이 60%,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각각 20% 비율로 배분하고 있다.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이 제노스코의 중복상장 시도에 강력 반발하면서 오스코텍은 경영진 재선임에도 실패하는 등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한국거래소도 복제 상장을 문제 삼아 상장 허가를 거부했고, 결국 기업공개(IPO)는 철회됐다. 

삼성바이오·휴젤, 중복상장 우려 차단

중복상장 우려를 사전에 차단한 곳들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인적분할해 신설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영위하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오는 10월 순수 지주회사로 신설 및 재상장해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에피스홀딩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중복상장 우려에 대해 "향후 5년간 중복상장 추진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명확히했다. 아직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로 사업부문이 명확히 다른 만큼 에피스의 분할 및 재상장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휴젤은 비상장 자회사 아크로스의 소액주주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한 기업가치 실현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아크로스 상장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휴젤과 아크로스가 미용성형 히알루론산(HA) 필러라는 사업영역이 같아 중복상장으로 휴젤의 기업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복상장, 기업가치 중복 및 왜곡 우려

중복상장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거나 동일한 기술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이 같은 리스크에 중복 투자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바이오 산업처럼 기술과 임상 성과가 기업 가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는 중복상장이 기업 가치의 중복 반영이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투자자 혼란, 정보 비대칭, 기존 주주의 가치 희석 등이 꼽힌다. 일부 기업의 경우 핵심 기술이나 파이프라인을 자회사로 옮긴 뒤 자회사를 상장시켜 수익을 분산시키거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기존 주주들은 실질적인 성장 이익을 온전히 공유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중복상장이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회사를 독립 상장시키면 전문 경영체제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별도의 자금 조달 창구를 확보함으로써 고위험 신약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또 각 법인이 고유한 사업 전략과 비전으로 시장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문제는 이를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느냐다.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정보 공개와 설득력 있는 분할·상장 사유가 제시돼야 하며,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주주 보호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중복상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지배구조 평가 기준을 고도화하는 등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국회 역시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일정 비율의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 법안의 개정을 검토 중이다.

업계 일각에선 과거처럼 단기 자금 조달에만 초점을 맞춘 분할·상장 시도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계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은 바이오 기업의 자금 조달과 사업 분산 전략 측면에서 활용 가치가 있지만, 투자자 신뢰를 해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경우 오히려 시장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단기적인 자금 확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모회사 주주에 대한 공모주 우선배정이나 수익 공유 구조 마련 등 주주 보호 장치를 함께 설계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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