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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조기 기술이전이 제살 깎아…"기다려주는 자본 필요"

  • 2026.07.06(월) 07:50

"초기 기술이전 반복…계약금 1000억도 안 돼"
에이프릴바이오·리가켐, 자본으로 시간 벌어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인내자본 유치 기반되나

바이오텍에 기술이전을 재촉하는 투자 환경이 기업의 기술이전 규모를 깎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기 기술이전을 부추기기보다 상장 이후에도 임상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이 이런 투자환경 변화를 이끌지 주목된다.

국내 1호 의사 출신 바이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전무(벤처투자2본부장)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닥 3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내 바이오기업이 기술이전을 서두르는 근본 원인으로 상장 이후 자금 부족을 꼽았다.

문 전무는 "국내 기업들은 임상이 시작되자마자 기술이전을 추진하기에 계약금이 1000억원도 채 되지 않는 계약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을 보면 임상 1상만 끝나도 계약금이 3000억~5000억원, 전체 계약 규모도 5조원을 넘는 경우가 나온다"고 비교했다.

실제 중국 바이오기업들의 선급금이 우리 기업들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난다.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하며 받는 평균 선급금은 2022년 건당 5200만달러(약 794억원)에서 올해 1억7000만달러(약 2597억원)로 3배 넘게 뛰었다. 반면 국내 기업이 올 상반기 성사시킨 기술수출 8건의 평균 선급금은 5000만달러(약 774억원)를 밑돌았다.

K바이오 '기다려주고, 키워서 팔자'

문 전무는 조금 더 버틸 자금만 있으면 우리 바이오기업 파이프라인의 몸값이 달라진다고 봤다.

그는 "이제는 기술을 너무 이른 단계에서 싸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임상을 더 진행한 뒤 더 높은 가치로 기술이전할 수 있는 체력이 생겼다"며 "500억원, 1000억원을 더 투자해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결국 훨씬 큰 기업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전무는 자신이 주도한 에이프릴바이오 매각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5일 TKG그룹·IMM인베스트먼트그룹 컨소시엄에 경영권을 매각하며 3468억원의 신규 자본을 유치했고, IMM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임상을 더 끌고 갈 자금을 확보해 더 높은 가치에 기술이전하겠다는 판단이 깔렸다.

앞서 오리온이 2024년 5485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리가켐바이오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리가켐바이오는 글로벌 바이오기업과 경쟁할 실탄이 필요했지만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에 한계를 느껴 오리온과 손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국민성장펀드로부터 5000억원을 추가로 유치하며 후기 임상을 직접 수행하는 선택지까지 확보했다. 파이프라인을 성숙시킬 시간을 번 것이다.

코스닥 개편…패시브 자금 유입 기대↑

이런 장기 자금 유치는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코스닥은 기관·패시브 자금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어 상장 이후 대규모 성장 자본을 조달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혀왔다.

정부당국도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일 코스닥 30주년 기념식에서 우량기업군을 별도로 묶는 세그먼트 제도 도입 계획을 밝혔다. 가칭 '코스닥 셀렉트'를 신설해 대표기업을 선별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수를 개발해 상장지수펀드(ETF)로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기관·패시브 자금은 개인투자자에 비해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하다. 지수를 따라 기계적으로 편입·유지되는 패시브 자금이 코스닥에 들어오면, 단기 실적이나 기술이전 시점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의 성장을 기다려주는 자금이 두터워진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지난 1일 발표에서 "코스닥 시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80%를 넘어가는 개인투자 중심의 시장"이라며 "하지만 코스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약·바이오의 경우 신약개발 등은 장기투자가 필요한 만큼 안정적인 기관의 자본이 계속 들어오는 것이 유리하고, 그래야 기업에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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