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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 합류로 재편된 한미 지분전…신동국 선택지 줄었다

  • 2026.07.06(월) 12:00

대형 매물 확보 실종, 킬링턴·모녀와도 균열
지분 확보보다 어려운 '창업주 정통성' 계승

한미약품 창업주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모녀 측과의 연대를 선언하면서,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사실상 고립되는 모양새다.

신동국 회장과 그의 회사인 한양정밀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합쳐 29.83%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임 대표의 최근 지분 매각 결정으로 추가 지분 확보와 우호 세력 규합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임종훈 대표, 모녀 측 연대 공식화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임 대표는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5.09%에서 일부인 2.5%를 나우아이비(IB)캐피탈의 나우아이비22호펀드에 총 821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상대방인 나우IB는 모녀(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의 우호 투자자로 분류된다.

임 대표는 이번 주식 매각을 계기로 모녀와의 연대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그는 "어머니(송영숙 회장), 누님(임주현 부회장)과 함께 '제약보국'이라는 아버님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회사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밝힌 '아버님의 경영 철학과 뜻을 진정성 있게 이어가기 위해 숙고 끝에 내린 결정', '한미를 한미답게' 등의 입장문 표현은 신동국 회장 측을 겨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구도 역시 요동치게 됐다. 임 대표의 합류로 송 회장과 임 부회장 및 친인척, 관련 재단 지분까지 합친 오너 일가 우호 지분은 31% 내외로 늘어나 신동국 회장측 지분을 앞지르게 됐다. 

여기에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출자한 킬링턴 유한회사(9.81%)가 주요 의결권 사안에서 송 회장·임 부회장 측과 보조를 맞춘다고 가정하면, 이들 측 지분은 40%를 넘어서게 된다. 과거 신 회장과 4자 연합을 이뤘던 송 회장·임 부회장·킬링턴 측은 현재 신 회장과 주주 간 계약을 둘러싼 600억원 규모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2월 임종윤 북경한미약품 동사장 측 지분 6.45%를 2137억원에 사들이며 개인 지분을 22.88%까지 끌어올렸다. 한양정밀 몫(6.95%)까지 합치면 신 회장 측 지분은 29.83%에 달한다. 최대주주지만, 모녀 측 우호 지분과 비교하면 세가 밀리는 형국이다.

판도 바꿀 대형 매물 실종…고립 심화

임 대표의 이번 선택은 신 회장의 추가 지분 확보 전략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신 회장 측은 당초 임 대표 지분 인수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 대표는 신 회장 측이 아닌 나우IB에 지분을 매각하고 가족과의 협력을 선언했다.

이번 결정으로 신 회장이 확보해 경영권 구도에 영향을 줄 만한 대형 블록 매물은 찾기 어려워졌다.

신 회장 측이 29.83%에서 지분을 더 확대하려면 장내에서 상당한 물량을 지속적으로 매수하거나 새로운 대형 주주를 우군으로 확보해야 한다. 공개매수 방식이 가능하지만 막대한 자금과 높은 매입 단가가 필요한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 측 지분이 작지는 않지만, 판을 바꿀 정도의 추가 지분을 확보할 상대를 찾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30% 가까운 지분을 쥐고도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한미사이언스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당분간 팽팽한 힘겨루기 속에서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분 확보보다 어려운 '한미 정통성' 확보

신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단순한 지분구조에만 있지 않다. 한미약품 그룹 내부에는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연구개발(R&D) 중심 경영과 도전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창업주의 경영철학과 회사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계승할 수 있느냐가 조직 내부의 신뢰를 얻는 중요한 잣대인 것이다.

하지만 신 회장 측 인사였던 배인규 전 고문의 경영 관여 논란, 박재현 전 한미약품 대표와의 갈등은 이 신뢰에 균열을 낸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박 전 대표는 대주주의 경영 개입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고, 일부 임직원은 서울 본사에서 최대주주를 상대로 경영 간섭 중단을 요구하는 침묵시위까지 벌였다. 최대주주에 대한 반발이 조직 표면으로 터져 나온 셈이다.

결국 신 회장이 한미그룹 경영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지분율을 뛰어넘는 명분과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부 대주주로서 회사를 견제하는 것과, 구성원들로부터 '한미를 이끌 주체'로 인정받는 것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영진과의 갈등을 거치면서 신 회장 측을 바라보는 내부의 경계감이 커졌다"면서 "단순히 지분이 많다고 해서 한미 특유의 'R&D DNA'까지 장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신 회장이 향후 어떤 행보에 나설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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