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보엔지니어링의 주주명부를 보면 낯익은 회사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2차전지용 보호회로 및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상장사 파워로직스다. 파워로직스의 출자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순희씨와 아들 김상용 사장이 소유지분을 일정부분 현금화한 결과물임을 읽을 수 있다.
영보엔지니어링은 2004년말까지만 해도 주주가 총 5명으로 김 사장이 최대주주로서 지분 45%(9만9000주)를 소유했다. 모친 이순희씨도 2대주주로서 20%(4만4000주)를 갖고 있었다. 모자(母子)는 이 중 2만2000주(1만5000주·7000주)를 2005년 9월 처분했다. 주당 매각가격이 액면가(5000원)의 20배에 가까운 9만8500원으로 이를 통해 김 사장 등은 22억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당시 지분을 인수한 곳이 파워로직스다. 파워로직스는 주력제품인 2차전지 보호회로를 2차전지 및 배터리팩 업체에 납품했는데 영보엔지니어링이 주요 매출처였다. 지분 인수는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뿐만 아니다. 파워로직스는 영보엔지니어링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8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신주 4만4000주를 주당 6만4000원에 인수했다. 파워로직스가 김 사장(29.6%)에 이어 영보엔지니어링의 2대주주로서 지분 23.2%(6만6000주)를 소유하고 있는 배경이다.
파워로직스와 영보엔지니어링의 긴밀한 관계는 영보엔지니어링에게 상당한 수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두 회사의 관계는 지분 교차소유의 형태를 띠기도 하는데, 영보엔지니어링은 2003년 7월 파워로직스 상장 당시 3.0%(24만주)의 지분을 소유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 사장 또한 1.5%(12만주)를 보유했다. 영보엔지니어링은 파워로직스 상장 직후 상당량을 처분했다. 2003년 11억원의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37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은 74억원의 단기매매증권처분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잔여지분은 2007년까지 정리했다.
두 회사는 사업적 측면에서는 최근들어 상당히 느슨해진 측면도 없지 않다. 파워로직스는 영보엔지니어링을 재무회계상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놓고 있는데 2007년만 해도 영보엔지니어링으로부터 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2011년 8억원, 지난해에는 6억원으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