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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重, 몸집 줄여 살길 찾는다

  • 2013.08.19(월) 17:45

국내 건설사들 경쟁 심화로 해외 EPC물량 축소
외형보다 실리 챙기는 전략으로 수정

'발전 1위' 업체인 두산중공업이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대규모 수주를 해왔던 두산중공업이다.

하지만 최근 중동 지역 수주 환경이 변화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대거 해외 발전플랜트에 뛰어들었다. 중동 각국의 에너지 정책도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EPC방식의 수주 패턴을 수정했다. 하청업체가 되더라도 수익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두산중공업의 생각이다.

◇ 국내 건설사 혈투에 작아지는 EPC물량

두산중공업의 가장 큰 강점은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다. EPC는 플랜트 공사에서 설계 및 자재조달, 시공까지의 전 과정을 말한다.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중동 등을 중심으로 EPC 방식 위주의 수주를 해왔다. 해수담수플랜트, 발전 사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건설경기 침체로 국내 건설사들이 대거 해외 발전 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최근 수년간 중동지역 발전 플랜트 물량은 국내 건설업체들이 대부분 가져갔다. 
 
[삼성물산이 건설한 UAE 알슈웨이핫S2 담수화력발전소. 건설 경기 침체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육상 플랜트로 눈을 돌렸다. 이는 곧 두산중공업 등 국내 발전업체들의 EPC물량을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만 해도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한화건설, 대림, GS건설 등이 발전 플랜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물량이 대부분 '저가 수주'였다는 점이다.

미국, 일본 등 발전 전문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발전 플랜트 건설경험이 필요했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이 부분이 취약했다. 결국 가격으로 승부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저가 수주'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 실적 악화로 돌아왔다. 최근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 등의 실적 부진도 이 때문이었다.

◇ 중동 "화력 발전 그만"..에너지 정책 변화

여기에 중동 지역 각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도 EPC물량 축소의 원인이 됐다. 중동지역 물량은 작년 기준 두산중공업 전 부문의 수주량 중 약 2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그동안 중동지역은 풍부한 원유에 기반한 화력발전이 주력이었다. 그러나 갈수록 석유가 고갈되자 중동 각국은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현재 100%인 화력 발전을 오는 2032년까지 화력 50%,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50%로 전환키로 했다.

[두산중공업 발전부문 연도별 수주금액(자료:두산중공업,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경쟁 심화와 정책 변화에 따른 물량 감소로 두산중공업는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작년 두산중공업 발전부문의 수주액은 2조2000억원에 그쳤다. 지난 2010년 대비 약 5분의 1수준이다.

현재도 이런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8.0% 감소한 1조9600억원에 그쳤다. EPC매출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특히 발전부문 매출액은 전년비 10.8%나 줄었다. 영업이익도 2.5% 감소했다.

◇ "외형보다 실리 챙겨라"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투 트랙' 전략을 쓰기로 했다. 과거 EPC방식만을 고집하던 것에서 벗어나 규모를 줄이더라도 실리를 취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국내 건설사들에게 두산중공업의 사업 경험은 수주에 큰 힘이 된다. 따라서 두산중공업은 국내 건설사의 해외 플랜트 컨소시엄에 참여해 핵심 기자재를 납품키로 했다. 건설사는 수주를, 두산중공업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수주 잔고 등 외형은 과거 EPC방식의 수주때보다 줄어든다. 하지만 수익면에서는 과거와 동일한 수준에서 보전이 가능하다. 외형은 '하청업체'지만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강력한 을(乙)'인 셈이다.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의 발전 기자재 조립공정 모습.]

하반기 두산중공업의 수주 전망도 밝다. '투 트랙' 방식을 선택한 덕에 EPC방식 수주는 물론 기자재 납품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누적 수주액은 약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연간 목표의 16%에 불과하다"면서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외 원전 및 해외 석탄발전 수주에 대한 기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산중공업의 '고육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건설사들이 EPC물량을 대거 가져가면서 설 자리를 잃은 두산중공업이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전략을 수정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전략 변화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수주 물량의 대부분은 업체간 경쟁심화로 EPC방식보다는 기자재 납품 방식"이라며 "건설사들의 저가 수주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컨소시엄에 참여해 외형보다는 실리를 택하자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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