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정 회장의 퇴진을 종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정 회장과 포스코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밀려난' 정준양 회장
청와대가 정 회장과 선 긋기에 나섰다는 징후는 이미 오래 전에 포착됐다. 청와대는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 중국 방문 당시 시진핑 주석 주최 만찬에 정 회장을 배제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재계 총수와의 간담회때도 부르지 않았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정 회장은 대통령 해외순방은 물론 각종 대통령 주최 행사에 단골 초청 인사였다. 이에 따라 CEO 가운데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청와대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이전 정부와 선긋기에 나서면서 정 회장을 비롯 이석채 KT 회장 등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의 대표 CEO들에 대한 견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 세무조사는 퇴진 '시그널'
최근 국세청의 포스코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도 같은 선상에서 보는 시각이 많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 2005년과 2010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당시 180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국세청의 정기조사는 5년 단위로 이뤄진다. 이번 세무조사는 3년만이다. 따라서 정기 조사가 아닌 '특별 조사'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이번 포스코 세무조사를 담당한 국세청 팀의 성격이 더 눈길을 끈다.
이번에 포스코 세무조사를 담당한 곳은 국세청 조사 4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등에 따르면 조사 4국은 특수 조직이다.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통해 CEO의 배임이나 개인 비리, 탈세 등을 찾아내는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조사 4국이 포스코의 세무조사를 담당했다는 것은 시사점이 크다. 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그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 4국은 특수한 조직"이라며 "국세청 내에서도 가장 최정예 요원들로 구성돼있고 조사 결과를 국세청장이 아닌 청와대에 직보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시도 청와대의 지시를 직접 받는다"고 밝혔다.
◇ 이구택 전 회장때와 유사
정 회장 퇴진설이 나오자 포스코는 당황해 하고 있다. 오전부터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후 공식적으로 정 회장 사퇴는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 회장이 직접 그런 사실이 없다고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씁쓸해 하고 있다. 5년 전 이구택 전 회장의 퇴진 때와 상황이 비슷해서다. 지난 2009년 이구택 전 회장은 잔여 임기 1년여를 남기고 물러났다. 당시에도 청와대의 퇴진 압력설이 나돌았다.
이구택 회장이 사퇴를 결심한 것은 지난 2008년 말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소문이 난 직후다. 그 전까지 '외부 압력에 의한 사퇴는 없다'로 일관했던 그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민간 기업이 됐음에도 불구, 여전히 '외풍(外風)'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다"며 "최근의 사태를 보면 5년전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