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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계家]<15>고려디자인 ③정몽구 회장의 일감

  • 2013.09.16(월) 10:27

조카 정몽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현대머티 절대주주
2010년 설립후 폭발성장…현대제철 등 계열일감 기반

정몽구(75) 현대차그룹 회장의 조카 정일선(43)씨는 1996년 8월 구자엽(63) LS전선 회장의 장녀 은희씨와 결혼했다. 구 회장은 구태회(90) LS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구자경(88) LG그룹 명예회장의 사촌동생이다. 당시 결혼은 현대그룹 ‘정(鄭)’씨 가문과 LG그룹 ‘구(具)’씨 가문이 처음으로 사돈관계를 맺은 근래 보기 드물었던 화제의 혼사였다.

결혼식에는 정 회장이 이른 나이에 작고한 동생을 대신해 혼주 자격으로 하객들을 맞았다. 현대가의 실질적 장자로서 당연한 듯 보이지만, 이후 동생의 아들 3형제를 모두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경영수업을 받게 한 것만 보더라도 큰아버지가 조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애틋한 지 엿볼 수 있다.

게다가 일선씨와 첫째 동생 문선(39)씨는 어느덧 현대가 3세 경영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업체 현대비앤지스틸의 대표이사 사장과 부사장을 맡아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백부(伯父)의 배려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로인해 세간의 관심이 여기서 멈출 리가 만무하다. 정일선 사장 일가의 몫이었던 고려산업개발이 없어진지 오래된 상황에서 그가 아직은 현대비앤지스틸의 경영인일 뿐 오너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사장이 일가의 장자로서 현대비앤지스틸의 실질적인 경영권까지 승계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그가 3년전에 세운 개인회사 현대머티리얼은 이래저래 허투루 볼 수 없는 계열사다.

◇오너가 아닌 경영인

▲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정일선 사장은 경복고와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나와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1999년 기아차 기획실 이사로 입사하며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2000년 인천제철(현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고, 그 해 말 인천제철이 삼미특수강(현 현대비앤지스틸)을 인수한 뒤에는 이듬해 현대비앤지스틸로 옮겨 2003년 영업본부장(부사장)을 거쳐 2005년 3월 대표이사에 앉았다. 그의 나이 35세 때다. 특히 당시는 유홍종 회장(현 고문)와 더불어 각자대표였으나, 2008년 9월에 가서는 ‘각자’ 꼬리표까지 떼고 지금은 단독대표를 맡고 있다. 정 회장이 조카의 경영자질을 얼마나 높이 사는지 엿볼 수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정문선 부사장은 곧바로 현대비앤지스텔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01년 재정부 과장으로 입사해 차장, 이사, 상무, 전무(해외지사) 등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현대비앤지스틸에 몸담고 있는 정씨 일가는 이들 형제 둘 뿐이다.

다만 이 같은 경영실권자로서 정 사장의 존재감은 겉으로 비쳐지는 것일 뿐 현대비앤지스틸의 지분구조를 들여다보면 다소 다른 느낌으로 변하게 되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현재 현대비앤지스틸의 최대주주는 엄연히 백부(伯父)가 주인으로 있는 현대제철이다. 소유지분도 41.1%(보통주 기준)나 된다. 반면 정 사장 지분은 2.5% 밖에 안된다. 두 동생 지분을 합해봐야 5.0%가 넘지 않는다. 실질적인 지배주주에 오르려면 무엇보다 백부의 용인(容認)과 나아가 지분확보가 선행되야 한다는 의미다.
 
정 사장의 최근 동선은 이와 맞물려 의미심장할 수 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 8월 에이치엠코퍼레이션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지금의 현대머티리얼로서 철ㆍ비철금속, 광물자원 등의 수출입과 화물운송 사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다. 현대머티리얼 설립(2010년 6월) 당시 출자금을 전액 대고 현재 지분 100%을 소유한 절대주주가 정 사장이다. 게다가 대표도 맡고 있다.

◇3년만에 매출 1060억 폭풍성장

현대머티리얼은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설립 이듬해 매출 75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60억원으로 3년만에 1000억원을 넘어섰다. 벌이도 좋다. 최근 2년간 5%에 가까운 영업이익률로 한 해 평균 4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를 남겼다. 순이익도 21억원에서 46억원으로 2배 넘게 뛰었다. 사세 확장 속도도 빠르다. 지난해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슬로바키아, 체코 등 4개 지역에 해외 현지법인을 차렸다.

단기간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재무건전성도 부쩍 나아지고 있다. 현대머티리얼은 사업초기에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 문턱을 들락거렸다. 이로인해 2011년말 차입금이 75억원이나 됐다. 하지만 지난해말에는 22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벌어들인 돈으로 차입금을 대거 상환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설립 3년만에 현금성자산(52억원)이 총차입금보다 훨씬 많은 사실상 무차입경영으로 전환했다. 부채비율도 622.5%에서 219.2%로 대폭 낮아졌다.


현대머티리얼을 단기간에 안정궤도에 올려놓은 것은 현대제철과 현대비앤지스틸의 일감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현대머티리얼은 지난해 수의계약을 통해 현대제철에 원재료를 납품해 5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정 사장이 대표로 있는 현대비앤지스틸이 발주한 운송물량 등도 98억원이나 된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61.8%를 차지했다. 그룹 계열사 일감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는 비단 지난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계열매출 비중은 2010년 74.4%, 2011년에는 80.4%에 달하기도 했다.  현대머티리얼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앞으로 정 사장의 주머니를 채워 줄 알토란 같은 배당수익이 될 가능성이 많다.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그의 보유주식 가치도 당연히 불어난다. 

최근 정 사장이 현대머티리얼 설립을 시작으로 백부의 집안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행보는 아무리 한 핏줄이라고는 하나 맘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아닐 것이다. 정 회장의 재가(裁可)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정 회장은 이미 현대비앤지스틸을 조카 몫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읽혀지는 게 사실이다. 향후 정 사장이 현대비앤지스틸의 경영권을 승계할 분위기가 무르익는다면 현대머티리얼은 그 재원을 확보하는 데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효용가치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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