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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 공백]④CJ, 신성장 '엔진' 멈췄다

  • 2013.12.13(금) 14:49

이재현 회장 구속으로 각 계열사 사업 차질
M&A 답보 상태..4분기 기점으로 회복될 듯

재계에게 2013년은 시련의 한 해였다. 세계 경기 침체가 지속됐고 국내 경기 역시 어깨를 펴지 못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몇몇 기업들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총수가 부재중인 기업의 경우 더욱 어려운 시기였다. 이들 기업의 올해 성적표와 내년 전망 등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산다

SK, 실적 부진...안정 성장

한화, 총수 빈자리 컸다

CJ, 신성장 '엔진' 멈췄다

 

"회장 부재 상태라 적극적으로 드라이브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만 해도 M&A 계획을 갖고 있다가 보류한 부분이 꽤 있다."

이관훈 전 CJ㈜ 대표이사는 '회장 부재'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유독 해외 사업이 많은 CJ그룹에게 이재현 회장의 부재는 가장 큰 악재다. CJ그룹의 성장동력을 글로벌 시장으로 잡은 주인공이 이재현 회장이기 때문이다.

CJ그룹은 현재 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일종의 집단 경영체제다. 여기에 최근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그룹의 정점인 회장이 없는 상황인 만큼 '확장'보다는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따라서 그동안 계획했던 각종 M&A 등은 대부분 중단됐다. 대표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이 추진하고 있는 중국 라이신(바이오) 업체 인수건은 답보상태다. CJ대한통운도 미국의 물류업체 인수를 노렸지만 무산됐다.

▲ CJ그룹은 이재현 회장 구속 수감 이후 경영위원회 체제를 발족했다. 일종의 집단 경영체제다. 다른 기업의 집단 경영체제와 다른 점은 오너 일가가 이 위원회에 포진돼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회장 부재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그동안 그룹의 해외사업 등을 진두지휘했던 이 회장의 부재에 대해 여전히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해외 시장 확대, M&A 등은 회장이 직접 챙겨왔고, 챙겨야 하는 사안들이다. 물론 CJ그룹의 경영위원회는 다른 그룹의 집단 경영체제와는 다르다. 일단, 오너 일가가 경영위원회에 포함돼 있다.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이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CJ그룹 내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데다, 이재현 회장 마저 없는 상황은 큰 악재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해외 진출과 의사결정 과정의 속도 등에서 구심점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

회장 부재에 따른 사업 확장의 여려움은 계열사들의 실적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로 소비재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CJ그룹으로서는 대외적 이미지 등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회장이 구속된 상황은 사업 전개에 어려움을 준다.

실제로 대표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경우, 올들어 영업이익은 매분기 줄어들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작년 평균 6.2%를 기록하던 것이 올해는 지난 3분기까지 평균 3.5%로 급락했다.

CJ제일제당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바이오 부문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식품 부문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부문이 부진하면서 전체 실적에 큰 타격을 줬다. 
 
▲ 단위:억원.

 
바이오 부문 부진은 라이신 평균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라이신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졌고 이는 실적 저하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 부문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했다. 오는 2015년까지 매출 3조원, 영업이익률 20% 이상을 달성해 바이오 부문 글로벌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면서 진행해 오던 중국 바이오 업체 인수 협상이 중단됐다.
 
사료 사업도 중국과 베트남에서 최종 단계까지 진행된 투자 협상이 난항에 빠져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대한통운도 마찬가지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올해CJ GLS와 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웠지만 내실은 다지지 못했다. 여기에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면서 미국과 유럽 물류업체 인수도 무산됐다.

CJ E&M도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그나마 견조한 실적을 유지해오던 CJ오쇼핑도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기비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의 경우 오너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많은 구조"라며 "특히 해외 투자 등에서는 오너의 결심이 중요한데 구심점이 사라지다보니 모든 의사결정이 주춤하게 되고 이는 곧 실기(失機)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4분기 이후 나아진다..사전투자 결실

하지만 시장에서는 CJ그룹 각 계열사들의 실적이 4분기 이후에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시기적으로 회장 부재 상황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각 계열사들이 전문경영인 책임 하에 운영돼 왔던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 작년 5월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CJ제일제당의 라이신 공장 착공식 모습. CJ제일제당의 미국 아이오와 라이신 공장은 연산 10만톤 규모로 내년 초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내년 초 연산 10만톤 규모의 미국 아이오와 라이신 공장이 신규 가동된다. 내년 6월에는 말레이시아에 연산 8만톤 규모의 메티오닌 공장도 완공된다. 메티오닌은 고마진 품목으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통합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다른 계열사들도 내년부터는 안정적인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그룹차원에서는 예전처럼 활발한 행보를 보이지는 못하겠지만 각 계열사별로는 대부분 시장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내년 실적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CJ그룹의 계열사들은 지난 3분기 회장 부재 리스크 등으로 고전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4분기부터는 이미 투자를 진행했던 부분들이 살아나고 식품, 택배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홈쇼핑 등에서도 긍정적인 시그널이 많아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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