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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 공백]③한화, 총수 빈자리 컸다

  • 2013.12.13(금) 14:20

그룹 계열사 순이익 작년보다 37% '급감'
내년 계획 못세운채..태양광 업황 따라 '안절부절'

재계에게 2013년은 시련의 한 해였다. 세계 경기 침체가 지속됐고 국내 경기 역시 어깨를 펴지 못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몇몇 기업들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총수가 부재중인 기업의 경우 더욱 어려운 시기였다. 이들 기업의 올해 성적표와 내년 전망 등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산다

SK, 실적 부진...안정 성장

한화, 총수 빈자리 컸다

CJ, 신성장 '엔진' 멈췄다

 

비상경영위원회만으로는 힘이 부쳤다. 그 만큼 한화그룹 내에서 절대적 위상을 가진 김승연 회장의 공백은 컸다.

 

일단 경영 실적부터 표시가 나고 있다. 총수가 자리를 비우기 전에 비해 이익 규모가 크게 쪼그라 들었다. 정작 더 뼈아픈 문제는 위기를 헤쳐나갈 경영전략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 그룹 영업이익, 작년 1조2480억원→올해 8990억원

 

올들어 3분기까지 한화그룹 계열사 전체 매출액은 28조347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26조5470억원에 비해 6.8% 증가했다. 외형상 사업 성장세는 어느정도 유지된 셈이다.

 

그러나 이익은 대폭 감소했다. 그룹 전체 계열사의 영업이익은 8990억원으로 작년 1조2480억원에서 28.0% 줄었다. 누적 순이익은 작년 1조60억원에서 올해 6350억원으로 36.9%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률도 4.4%에서 3.2%로 낮아졌다. 한화그룹이 작년에 비해 일은 더 많이 했지만 손에 쥔 것은 작년에 크게 못 미친다는 의미다.

 

 

특히 주력 계열사들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연 매출 7조원 규모의 한화케미칼은 작년 1121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939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한화케미칼의 손실이 지속되는 것은 한화그룹이 '올인'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 영향이 크다. 이 회사는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동시에 중간지주회사인 자회사 한화솔라홀딩스를 통해 셀과 발전설비를 생산하는 한화큐셀, 모듈과 잉곳 및 웨이퍼를 생산하는 한화솔라원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하지만 한화큐셀은 작년 301억원, 올 상반기 38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한화솔라원은 지난 3분기에만 75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이다.


◇ 내년 경영계획 밑그림 못 그려

 

건설 계열사인 한화건설은 국내 건설사 사상 최대 해외건설 수주 사업인 8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추가 수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규모 추가 수주가 기대됐던 이라크 사업은 터키, 인도 등의 업체로 넘어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가 공사를 못 따면 이라크 사업의 마진율도 떨어질 수 있다.

 

▲ 지난해 7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이 누리 카밀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오른쪽)와 이라크 총리공관에서 비스마야 신도시 및 추가 수주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 한화건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한화그룹은 내년 경영계획의 밑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10월에서 연말 사이 전 계열사 주요 임원들이 모여 경영전략 회의를 가졌지만 작년부터 이 회의를 열지 못했다.

 

태양광 사업은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씨가 독일에 본사를 둔 한화큐셀의 전략마케팅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현지 업무를 책임지고,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연배 부회장이 현장경영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말 한화케미칼은 한화큐셀에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키로 했다. 한화그룹 측은 이에 대해 "연말 이후 대규모 수주를 예상한 선투자"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적자 메우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 내년 업황 전망은 긍정적

 

한화그룹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연말 인사를 하지 못했다. 작년 임원인사는 올해 비상경영위원회를 세운 뒤에야 단행됐고, 올 연말 인사는 내년 2월께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년 2월은 김 회장의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어 그 결과가 인사폭을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업 환경 측면에서 올해보다는 내년이 나을 것이라는 점이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태양광 시장 성장과 함께 태양광 제품 가격이 회복될 조짐을 보인다"며 "메이저 업체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케미칼은 그동안 석유화학부문의 부진과 태양광 업황 악화로 실적이 저조했다"며 "그러나 중국, 일본과 미국 등에서 태양광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연말을 전후로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라크 건설사업도 큰 사고 없이 현장관리가 잘 이뤄진다면 장기적으로 그룹 실적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연구원은 "이라크 프로젝트는 공사기간이 7년으로 길고 규모도 커서 장기적인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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