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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시대]上 바꾸지 않으면 죽는다

  • 2014.04.09(수) 13:28

삼성, 계열사 합병..규모의 경제 추진
동부, 현대 등 생존위한 구조조정

구조조정의 시대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계열사간 사업조정에서 사업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구조조정도 이뤄지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처럼 모든 산업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은 변화, 혹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계열사간 합병이나 매각, 인력감축 등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쉽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편집자]

 

최근 재계의 관심중 하나는 바로 삼성의 사업조정이다.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사업의 에버랜드 매각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작업들은 재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삼성의 사업조정을 후계구도와 연관짓는 시각들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 역시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권오준 회장 취임후 본연의 사업인 철강업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계산이다.

 

동부와 현대, 한진그룹의 구조조정은 삼성이나 포스코와는 다른 각도에서 이뤄지고 있다. 경기침체와 사업부진에 따른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불거지며 이를 차단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인 셈이다.

 

◇ 삼성, '규모의 경제' 목표

 

삼성은 지난해부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삼성SDS의 삼성SNS 합병, 에스원의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업 인수, 삼성코닝정밀유리 매각 등의 조정이 이뤄졌다.

 

올해도 굵직한 합병이 예고됐다. 우선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합병해 자산 15조원 규모의 소재·부품회사로 거듭난다. 삼성종합화학은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해 기초부터 중간단계까지 석유화학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의 이런 작업들은 덩치가 커짐에 따라 이득을 누릴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결정이란 해석이다.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거대한 소재·부품 계열사가 생겼고, 화학사업 역시 덩치를 키웠다. 중복된 부서나 해외거점들은 통합운영하는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제 삼성SDI는 기존 2차전지 중심에서 제일모직이 가지고 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소재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했고, 제일모직이 가지고 있는 1조원 가량의 재원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석유화학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토탈을 자회사로 가진 삼성종합화학은 이번 합병을 통해 기초부터 중간단계 석유화학 제품을 아우르는 라인업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의 사업조정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음 주자로는 건설 계열사들이 꼽힌다.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가지고 있는 건설부문이 합쳐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 관계자는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면 조정을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다만 건설 계열사들이 다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포스코 '기본으로 돌아가자'

 

포스코 역시 사업조정에 돌입해 있다. 정준양 전 회장 취임후 급격하게 늘어났던 계열사들을 줄이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정 전 회장은 취임시점부터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고, 이후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을 비롯해 수십개의 회사들을 인수한다.

 

 

2007년 23개였던 포스코의 계열사는 2012년에는 71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인수한 기업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고, 무리한 인수합병이 이어지며 포스코의 재무구조는 계속 악화됐다. 해외 신용평가기관들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며 경고메세지를 보내기도 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계열사 정리를 진행중이다. 지난해 11월말 포스코 계열사는 50개까지 줄었다. 새로 취임한 권오준 회장 역시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확장은 지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권 회장은 포스코 본연의 사업인 철강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포스코의 비주력 계열사 정리작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동부·현대·한진 '살기 위해 판다'

 

삼성과 포스코의 사업조정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는 동부그룹이나 현대그룹, 한진그룹의 구조조정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난해 일부 그룹들의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되면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들 그룹이 대상이 됐다.

 

 

동부그룹은 가장 앞서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주요사업인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을 매각하고, 동부제철의 일부 시설도 팔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준기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는 등 총 3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계획이다.

 

현대그룹 역시 3조3000억원 수준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현대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하는 등 금융업에서 철수하고,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자산 등을 매각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진그룹도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에쓰오일 지분과 항공기 매각, 한진해운의 자산매각을 통해 5조원 가량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이들 그룹의 자구안 진행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안의 골자인 주요계열사나 지분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이들의 구조조정이 지체될 경우 다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채권은행들 역시 과거 동양그룹의 사례를 들며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재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끊임없는 위기론을 바탕으로 한 변화라고 본다"며 "의사결정의 시점을 놓쳐 몰락한 코닥이나 소니, 노키아의 실패 사례를 잊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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