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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회장, 사우디 車시장 '위험한 도박'

  • 2014.06.20(금) 10:38

車강판 수요처 확보..그룹사간 시너지 기대
車산업에 대한 경험 부족은 리스크 요인

포스코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한다.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공장 건설에서부터 자동차 설계, 관리까지 도맡아한다. 사우디 국부펀드도 참여할 만큼 비중있는 사업이다.
 
외형상 포스코의 사우디 프로젝트는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속사정이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자동차 강판 시장에서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사우디 프로젝트는 자동차 강판의 새 수요처를 찾으려는 포스코의 몸부림이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산업 경험이 거의 없는 포스코가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것에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사우디를 잡은 까닭
 
이번 포스코의 사우디 프로젝트는 당초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이 계획했던 사업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 참여를 협의해왔다. 
 
총 1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로 오는 2017년부터 사우디 자체브랜드의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연산 15만대 규모로 차급은 2000cc~2400cc의 중형차다. 이 프로젝트에서 중심은 대우인터내셔널이었다.
 
▲ 대우인터내셔널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상당기간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차 프로젝트 진행을 협의해왔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사우디에 자동차 공장 건설을 주도하고 운영하는 내용의 프로젝트였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미 자동차부품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인 한국델파이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과거 대우그룹 시절부터 자동차 공장 운영과 부품 수출 등에 대한 경험이 많다. 자동차부품본부의 매출액도 1조2000억원 규모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사우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중동지역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우인터내셔널 내부에서도 기대가 컸다. 지난 2월 압둘 라흐만 알 모파드 PIF 총재가 방한해 당시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와 이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그만큼 관심이 컸던 사업이다.
 
하지만 이후 더 이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양측이 세부사안을 두고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우디 측은 좀 더 구체적인 협력관계를 원했다. 반면 포스코는 수뇌부 교체와 경영전략 수립 등 프로젝트를 구체화할 여력이 없었다.
 
이번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포스코가 처한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으로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 시장에서의 입지가 흔들릴 상황에 처했다. 포스코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자동차 강판 수요처가 절실했다. 사우디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타게된 이유다. 수익 창출을 지상 과제로 삼은 권오준 회장에게 사우디 프로젝트는 좋은 기회였다.
 
▲ 포스코는 작년 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으로 자동차 강판 시장에서의 위치가 흔들릴 것을 우려했다. 포스코가 사우디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진 것은 자동차 강판의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의견이 많다.

사우디 프로젝트에는 대우인터를 중심으로 포스코, 포스코건설 등이 참여한다. 대우인터는 공장의 종합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포스코건설을 공장 건설을,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구조다. 권 회장이 항상 강조하는 계열사 간 협업과 수익 창출이라는 기준에 부합하는 사례다.
 
사우디 측으로서는 국민차 프로젝트의 진행을 포스코에 한 곳에 일임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포스코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윈윈'이다.
 
특히 사우디에서 본격적으로 자동차가 생산될 경우, 여기에 필요한 자동차 강판을 포스코가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든든한 수요처를 확보하는 셈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강판의 새로운 수요처를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성공 가능성은?
 
사우디의 자동차 내수 시장은 연 70만~80만대 규모다. 사우디는 오래 전부터 자국 브랜드의 자동차 생산을 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등 여러 완성차 업체들에게 의사를 타진했었다. 그러나 반응은 시큰둥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이미 터키에 생산공장이 있다. 굳이 사우디에 생산기지를 건설할 이유가 없다. 결국 사우디의 입장에서는 포스코가 차선책이었던 셈이다.
 
사우디 자동차 내수 시장은 100% 수입차다. 점유율 1위는 도요타다. 점유율은 약 40%대다. 코트라에 따르면 오는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내수 시장은 연 88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에는 100만대 돌파가 예상된다.
 
▲ 자료:코트라 리야드 무역관(14년·15년은 전망치)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포스코가 과연 사우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많다.
 
자동차는 총 2만여 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급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엔진과 설계 등은 자동차의 품질을 좌우한다. 하지만 포스코에게는 엔진과 설계에 대한 경험도, 기술도 없다. 게다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의 알 사파르(Al SAFAR) 그룹도 자동차 관련 사업은 '세차' 뿐이다. 업계의 우려가 큰 이유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건은 이제 MOU를 체결한 것인 만큼 앞으로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대우인터 관계자도 "엔진이나 설계 등은 아웃소싱을 주는 방안부터 여러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방점이 어디에 찍혔는가가 중요하다"며 "자동차 강판 수요처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매력적이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 등은 포스코에게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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