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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현대중공업 살리기 나섰다

  • 2014.09.16(화) 18:01

최길선·권오갑 등 측근들 전면 배치..친정체제 구축
업계, 사실상 경영 복귀 분석도

'올드보이'들이 모였다. 과거 현대중공업을 세계 1위의 조선업체로 이끌었던 주인공들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사상 최대 실적 악화에 노조의 파업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이 위기를 돌파하는 것이 올드보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과제를 던져준 것은 뒷선에 물러나 있던 대주주 정몽준 전 의원이다. 그는 '친정체제' 구축을 카드로 빼들었다. 그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이들을 불러 모았다. 외형상으로는 여전히 전문경영인 체제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정몽준 전 의원이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 권오갑 사장의 귀환
 
권오갑 사장이 복귀했다. 지난 2010년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지 4년만이다. 권 사장은 정몽준 전 의원의 직계 라인으로 분류된다. 정 전 의원과 독대하는 몇 안되는 인사다. 
 
그런 권 사장의 복귀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정몽준 전 의원이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정 전 의원은 그동안 현대중공업의 경영에 큰 관여를 하지 않았다.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만큼 현대중공업은 승승장구해왔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노조도 19년 무파업 기록을 깨려고 하고 있다.
 
▲ 정몽준 전 의원은 지난 4월 서울시장에서 낙선했다. '야인(野人)'이 됐다. 돌아와보니 자신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현대중공업이 위기상황에 처했다. 정 전 의원은 최측근인 권 사장을 그룹 전면에 배치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외형상으로는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을 지켰지만 실질적으로는 정 전 의원이 현대중공업 경영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의원의 신변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여당의 최고위원으로 정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었다. 하지만 올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했다. 사실상 '야인(野人)'으로 돌아갔다. 돌아와서 보니 자신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현대중공업이 위기에 처했다.

정 전 의원으로서는 현대중공업을 살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히지만 본인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 지금껏 지켜왔던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원칙에도 위배된다. 정 전 의원이 최측근인 권 사장을 현대중공업에 복귀시킨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상으로는 자신의 최측근들을 전면에 포진해 지금껏 유지해왔던 소유와 분리의 원칙을 지켰다"며 "하지만 실상은 본인이 직접 현대중공업의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정몽준 '친정체제' 구축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철저하게 전문 경영인 체제로 꾸려져 왔다. 지난 82년 5월부터 88년 4월까지 정 전 의원이 CEO를 맡았던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문경영인 손에서 성장했다.
 
정 전 의원은 이번에도 전문경영인들을 전면에 포진시켰다. 그리고 핵심 보직을 맡겼다. 최길선 회장에게는 현대중공업의 핵심 사업이자 실적 하락의 주범이었던 조선·해양·플랜트를 맡겼다. 권 사장에게는 그룹 전반에 대한 관리를 주문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정 전 의원의 의중과 입김이 세지는 구조가 됐다는 점이다. 친정체제를 구축한 만큼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정 전 의원과 충분한 교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 전 의원의 생각이 과거보다 훨씬 많이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 왼쪽부터 최길선 현대중공업 조선·해양·플랜트 총괄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겸 그룹 기획실장,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부사장). 정몽준 전 의원은 위기 돌파의 해법으로 최측근을 중심으로 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향후 현대중공업의 사업 재편은 물론, 체질개선 등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을, 문종박 부사장에게는 현대오일뱅크을 맡긴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는 그룹을 지탱하는 양 축이다. 현대중공업은 자신의 직계 라인을, 현대오일뱅크는 직계 라인은 아니지만 소위 권오갑 라인으로 불리는 문 부사장을 선임했다. 
 
문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출신으로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불린다. 지난 2010년 권 사장이 현대오일뱅크로 옮겨갈 당시 권 사장과 함께 움직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문 대표는 권 사장처럼 직접적으로 정몽준 대주주와 관련은 없지만 권오갑 사장의 측근으로 현대오일뱅크를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 '후계승계' 속도 빨라지나
 
결국 정몽준 전 의원의 '믿을맨'들이 그룹과 핵심 계열사에 포진하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의 3세 경영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 전 의원의 장남인 기선씨는 현재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재직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그동안은 나이가 어려 경영전반에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위기에 빠졌다. 정 전 의원이 '친정체제'를 구축하면서까지 직접 위기 돌파에 나선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기선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중공업의 위기와 정 전 의원이 최측근들을 전면에 포진시키면서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넓히는 것은 후계 구도와도 연결된다"며 "3세 경영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은 최근 현대중공업의 2분기 실적 악화와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그룹 고위 관계자는 "대주주가 최근 현대중공업이 처한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 업계에서는 친정체제를 통해 정몽준 전 의원이 현대중공업에 전달할 메시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 전 의원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현대중공업의 방향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지난 2분기 실적 악화로 내부적으로 시업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이 작업을 진행할 적임자로 권 사장이 꼽혔고 대주주가 최 회장에 이어 권 사장의 복귀를 직접 지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위기에 믿을 수 있는 것은 측근 뿐이라는 정 전 의원의 의중이 이번 인사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정몽준 친정체제' 구축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친정체제'를 통해 정 전 의원이 어떤 주문을 내놓을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준 전 의원은 '필승조'를 투입했다"면서 "그동안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정 전 의원이 '필승조'를 앞세워 현대중공업에 전달코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가 향후 현대중공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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