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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어야 산다]현대차, 집토끼를 지켜라!

  • 2014.10.15(수) 11:12

내수시장 점유율 급락..수입차, 대항마로 급부상
소비자 마음 잡기에 총력..'아슬란' 출시로 수성

현대차가 불안하다. 지금껏 수십년간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현대차다.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업체로 성장했다. 내수 시장은 현대차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버팀목이자 자양분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온리원(only one)'에서 '원오브뎀(one of them)'으로 전락하고 있다. 과거 적수가 되지 못했던 수입차들이 이제는 무서운 대항마로 성장했다. 무엇보다도 뼈아픈 것은 소비자들의 마음이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 고전하는 내수 시장
 
작년 한해 현대차는 내수 판매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내수 시장에서만큼은 큰 고민이 없던 현대차다. 그랬기에 당혹감은 더욱 컸다. 등돌린 소비자들을 잡기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효과는 없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42.7%를 기록했다. 기아차와 합쳐도 70%에 미치지 못했다. 7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두 달동안에는 월 점유율이 30%대까지 하락했다.

올들어 현대차의 월별 내수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42.4%를 기록했던 현대차의 월별 내수 시장 점유율은 5월을 기점으로 내리막이다. 지난 8월에는 38.9%를 기록했고 9월에는 37.1%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외형상의 수치 하락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부진하다는 점이다. 지금껏 현대차가 내수 시장을 지켜왔던 공식은 '신차'다. '신차' 출시를 통해 '신차 효과'를 맘껏 누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 공식조차 통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차는 대표적인 볼륨 모델(많이 팔리는 모델)인 '쏘나타' 신차를 선보였다. 기대가 컸다.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을 반등시켜줄 것으로 예상했다. 첫 두달은 성공적이었다. 월 1만대 이상 판매됐다. 하지만 이후 쏘나타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급기야 지난 9월에는 40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원인 파악에 나선 상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무척 당혹스럽다"며 "사태 파악과 함께 신차 출시 일정 조정 등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 수입차, 대항마로 자라다

반면 수입차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대차가 내수 시장에서 빼앗긴 자리의 상당부분을 수입차가 채웠다. 이는 곧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버리고 수입차로 갈아타고 있음을 방증한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점유율은 12.4%다. 지난 2010년 이래 매년 성장하고 있다.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매년 1%포인트씩 성장했다. 하지만 2013년에는 2%포인트로 확대됐다.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작년 연간 점유율보다 1.9%포인트 올랐다.

업계에서는 올해 수입차 점유율이 14%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대수로는 2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분석 전문기관인 마케팅 인사이트는 향후 수입차 점유율이 27%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의 예상치를 더 빨리, 더 많이 넘어서고 있다.


수입차가 이처럼 내수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그 중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가격이다. 그동안 많은 소비자들은 수입차를 타고 싶어도 가격의 벽에 부딪쳐 국산차, 주로 현대차를 구매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수입차 업체들은 본격적으로 가격 할인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최대 1000만원까지 파격 할인된 수입차들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장 높은 벽이 허물어졌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현대차가 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수입차는 가격의 벽 때문에 현대차의 대항마가 될 수 없었다"면서 "그러나 작년부터는 양상이 달라졌다. 수입차는 생각보다 빨리 현대차의 대항마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소비자의 마음을 돌려라

과거 현대차는 수입차에 대해 제한적인 수요만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시장이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수입차는 이제 현대차가 생각했던 벽을 넘어 현대차의 안마당까지 잠식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내수 판매가 부진하자 현대차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준대형 프리미엄 세단 '아슬란'이다. 현대차가 '아슬란'을 출시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아슬란'은 철저히 수입차를 정조준한 '내수 전용' 모델이다. 현대차가 안고 있는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대차가 내세우는 '아슬란'의 모토는 '가격은 낮게 품질은 프리미엄급으로'다. 수입차로 옮겨가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 현대차의 '아슬란' 출시는 많은 의미를 담고있다. 차급 간의 간격을 줄이는 리스크를 감수해야한다. 또 수입차를 정조준한 내수 모델이다. 이는 현대차가 이제 수입차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슬란'은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중간 차급이다. 차급 사이의 간격을 촘촘하게 좁혔다. 현대차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중형, 대형 세단만으로 시장 공략이 가능했다. 이젠 아니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양해진 것이다.
 
차급을 촘촘히 둔다는 것은 자동차 업체에겐 일종의 모험이다. 해당 차급의 윗급과 아랫급의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에게 '아슬란'은 실험이자 도전"이라며 "'아슬란'의 성공 여부가 향후 현대차의 신차 전략과 마케팅 전략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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