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보는 스마트한 눈' 비즈니스워치가 SBS CNBC '백브리핑 시시각각' 프로그램을 통해 각계 최고경영자(CEO)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번 회에는 장문의 신년사를 통해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난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 대한 얘기입니다. 본 기사는 콘텐츠 제휴를 통해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와 SBS CNBC 방송 공동으로 제공됩니다. [편집자]
<앵커>
한진과 동부, 현대. 이 세그룹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바로 작년내내 선제적 구조조정이 진행됐던 그룹입니다. 이들 그룹은 재작년말부터 각각 3조원 수준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1년 가량 시간이 지난 지금 동부그룹을 둘러싼 잡음이 적지 않은 것 같네요. 비즈니스워치 김상욱 기자 연결해 얘기를 좀 들어보겠습니다.
김 기자!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산업은행을 강하게 비난했다면서요? 작심발언같은데, 우선 그 소식부터 좀 전해주시죠.
<기자>
네, 김준기 회장은 지난 2일 장문의 신년사를 발표했는데요. 신년사 내용중 상당부분이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김 회장은 우선 지금 동부그룹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동부그룹의 제조부문 사업이 사실상 와해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지칭한 겁니다.
<앵커>
김 기자, 김준기 회장의 신년사를 좀 더 자세히 말해주면 좋겠는데요?
<기자>
네. 김 회장은 특히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을 높은 수위로 공격했는데요.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주도할 경우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지금의 결과가 초래됐다는 것이 김 회장의 입장입니다.
김 회장은 특히 산업은행이 주도한 패키지딜 실패와 자산의 헐값 매각, 무차별적 채권 회수 등 불합리한 상황을 겪으면서 동부그룹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는데요. 비난의 수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 재계의 반응입니다.
<앵커>
김 기자! 아까 설명중에 동부그룹 제조분야가 사실상 와해되고 있다고 했는데요. 정확히 어떤 상황이길래, 김준기 회장이 대놓고 채권금융기관을 비난하게 된 겁니까?
<기자>
네, 동부그룹은 크게 제조와 금융분야로 사업을 나눌 수 있는데요. 금융분야는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저축은행과 증권 등의 계열사가 있습니다. 금융분야는 크게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구조조정이 실행됐던 것은 제조부문인데요.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을 축으로 반도체와 전자계열사들이 위치해 있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에 대한 유동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이 시작된 겁니다.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묶어서 매각하려고 했던 산업은행의 계획이 무산된 것이 구조조정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앵커>
그러니까, 산업은행 방식이 아니라 동부안을 따랐다면 문제 없었을 것이다? 그게, 김 회장의 생각이라는 거죠?
<기자>
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각각 매각하지 않고, 묶어서 팔려고 했다는 점이 문제라는 생각인겁니다. 결과적으로 매각이 지연되면서 다른 계열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부각되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동부제철은 현재 채권단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상태구요. 동부건설도 지난 12월31일 긴급하게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동부특수강과 동부당진발전 등은 이미 매각됐고요. 동부하이텍은 매각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동부그룹 제조분야에서는 농업관련 사업을 하는 동부팜한농과 전자사업을 동부대우전자 정도만이 남았는데요. 김준기 회장 입장에서 제조분야가 와해됐다는 표현을 쓸 만한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어렵게 키운 회사들이 넘어가는 것을 보는 김준기 회장의 심정이 일정부분 이해는 가긴 하는데요. 양측 시각차는 다를 수 있으니까, 그 결과는 좀 더 봐야할 것 같고요. 김 회장의 신년사에 대해 금융당국이나 산업은행의 반응은 어땠나요? 취재된 것이 좀 있습니까?
<기자>
네, 금융당국이나 산업은행 모두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는데요. 동부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모습이 만들어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다만 김 회장의 발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요.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만큼 했다는 얘기입니다. 산업은행은 가능한 범위안에서 동부그룹에 대한 유동성 지원도 이뤄졌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그동안 산업은행과 김준기 회장은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주식을 놓고 견해차를 보여왔는데요. 산업은행은 김 회장의 아들인 김남호씨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활용해 계열사 지원에 나서라는 요구를 해 왔습니다. 대주주 일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차원이었습니다.
<앵커>
어찌보면 채권단을 이끄는 산업은행으로선 당연한 선택지같아 보이기도 한데요? 안 그렇습니까?
<기자>
네, 산업은행으로선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부건설의 최종 운영자금 지원 요청에 대해서도 지원액의 절반을 김준기 회장과 계열사가 책임지라는 입장을 보인 것도 이런 배경이었습니다.
동부그룹은 산업은행의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는데요. 이미 김남호씨 지분중 상당부분이 담보로 잡혀있고, 금융계열사 지분이 동원될 경우 유동성 위기가 금융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산업은행은 동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지원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셈인데요. 말 그대로 시장논리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동부나 산업은행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겠죠. 좋습니다. 과거 상황은 그렇다고 하고, 그럼 앞으로 동부그룹의 전망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예,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동부화재라는 건실한 회사 있는 만큼 금융분야는 당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결국 제조분야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달렸다고 봐야 하는데요.
당분간 생존차원의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준기 회장은 “살아남은 회사들은 생존을 위한 힘든 투쟁을 계속해야 하는 혹독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동부팜한농이나 동부대우전자는 농업과 전자분야라는 사업 특성상 단시간내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구조인데요. 결과적으로 당분간 동부그룹 제조분야의 위상은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지금으로선 동부그룹에게 지금의 위기가 전화위복이 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김 기자, 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