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인수한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며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졌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 이제 주인을 결정해야 하는 문제만이 남았다. 경영정상화를 지휘했던 박삼구 회장이 그룹 재건의 꿈을 이룰 것인지, 아니면 새 주인이 나타날 것인지 이르면 상반기 안에 결정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산업 매각 상황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채권단 지분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금호산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큰 물건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산업은행 등이 보유한 채권단 지분을 가져오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 인수를 통해 과거 그룹 재건을 노리는 박삼구 회장이 넘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다. 특히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등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경쟁자들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 매각작업 개시 "신청하세요"
금호산업에 대한 매각작업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채권단이 가지고 있는 지분 57.6%가 대상이다. 과거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은 대주주에 대한 감자에 이어 대출을 주식으로 전환,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경영이 정상화된 만큼 이 지분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워크아웃 졸업요건을 갖춘 상태다. 채권단 지분매각이 이뤄지는 동시에 워크아웃에서 벗어나게 된다.
매각 주간사들은 지난달 30일 금호산업 매각공고를 냈다. 이미 내로라하는 기업들에게 매각안내서(티저레터)를 발송했고, 오는 25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받을 예정이다. 인수의향서가 접수되면 3월중에 이를 평가해 예비입찰을 실시하게 된다.
이후 예비입찰과 본입찰, 양해각서 체결까지 두달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사 등의 기간을 감안하면 7월에는 본계약이 체결될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전체 일정은 인수의향서 접수이후 조정될 수 있다. 채권단은 매각작업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 금호산업 잡으면 '줄줄이 사탕'
금호산업 지분매각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바로 금호산업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가진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100%),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개발(100%), 금호사옥(79%), 에어부산(46%) 등을 계열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결국 금호산업을 가져오면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까지 지배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주간사들도 티저레터에서 금호산업 자체 경쟁력은 물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적극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흑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부분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산업 자체도 실적이 회복되고 있고, 항공산업의 진입이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매각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