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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CEO의 비결]⑦차석용 부회장의 '촉(觸)'

  • 2015.06.16(화) 11:15

M&A통해 LG생활건강 급성장 주도
중국·중화권 등 해외시장 진출 목표

 

'촉(觸)이 좋다'는 말이 있다. 보통 주어진 환경에서 감각이나 판단이 빠르다는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도 '촉이 좋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04년말부터 LG생활건강을 맡은 이후 10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그의 비결이기도 하다.

 

차 부회장은 이른바 'LG맨'이 아니다. 고려대 재학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뉴욕주립대,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1985년 미국 P&G에 입사했다. 1994년 필리핀 P&G 이사 등을 거쳐 1999년에는 한국P&G 총괄사장이 됐다.

 

2001년부터는 해태제과 대표이사를 맡아 흑자전환을 이끌어냈고, 2004년말에는 LG생활건강 사장으로 영입된다. 당시 LG그룹 분위기에서 외부인사를 대표이사로 영입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전부터 LG생활건강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보여준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였다.

 

LG생활건강을 맡은 차 부회장은 '촉'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작업은 브랜드 구조조정이었다. 소비자 인지도가 낮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생활용품과 화장품 브랜드를 정리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오휘', '후'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로 채웠다.

 

내부 사업조정을 마친 그는 굵직한 인수합병(M&A)를 통해 LG생활건강의 성장을 이끌기 시작한다. 2007년 코카콜라를 시작으로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1년 해태음료 등을 인수하며 기존 분야 외에 음료사업으로 발을 넓혔다.

 

2010년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며 화장품사업에서도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차앤박 화장품으로 알려진 'CNP코스메틱'도 인수했다.

 

그 결과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과 화장품, 음료 등 3개 주력사업 체제로 재편됐다. 특히 과거 생활용품 위주에서 화장품이 주력사업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기준 이들 사업부의 매출비중은 각각 32%, 42%, 26%를 차지하고 있다. 화장품을 주력으로 하되 특정사업에 편중되지 않은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차 부회장은 그동안 진행된 M&A에 대해 "우리가 지향하는 큰 그림에서 퍼즐을 맞추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곤 한다. 무리하게 외형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차 부회장이 이뤄낸 성과는 실적으로도 나타난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4조6770억원, 영업이익 5110억원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5000억원을 돌파했다. 차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2005년이후 10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했다. 매출은 4배, 영업이익은 7배 늘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 2011년말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대표이사로 영입된 인사가 부회장으로 승진한 첫 케이스다. LG생활건강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도 여전히 높다. LG그룹이 구본무 회장 주재로 매년 6월 실시하는 전략보고회의의 첫 주자는 지난 2011년부터 LG생활건강으로 바뀌었다. 올해 역시 지난 8일 가장 먼저 보고회의를 마쳤다.

 

차 부회장의 '촉'은 이제 해외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중화권 시장을 먼저 공략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시장 규모 및 성장성, 사업여건을 고려해 중국 및 중화권 국가를 최우선 목표 시장으로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LG생활건강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집중 투입하고, 한국과 중국 동시 출시 등을 통해 소비자들을 잡겠다는 생각이다. 이후 미국과 일본으로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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